염산테러 당한 공무원 아내 “제발 눈만 살려달라고…”

입력 2021-11-19 13:49 수정 2021-11-19 14:24
채널A 화면 캡처.

행정에 불만을 품은 한 민원인으로부터 염산 테러를 당한 경북 포항시청 공무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7일 페이스북에는 염산 테러로 눈을 심하게 다친 공무원 A씨의 지인이 쓴 글이 공유됐다. 지인은 “사무실에서 업무 중 염산 테러를 당하신 우리 교통과장님 사모님이 병간호하시며 느끼신 애끊는 심정을 전합니다”라는 제목의 편지를 게시했다. 해당 편지는 A씨의 아내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아내는 “청천벽력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세상의 그 어떤 단어로도 담아낼 수 없었던 그 날 남편의 사고 소식. 오로지 눈만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고 적었다. 이어 “남편은 31년 외길인생 절반 이상을 교통과에 근무했다. 땅 길은 물론 하늘 길까지도 모두 섭렵한 제 남편은 그야말로 교통에 특화된 공무원이었다”고 전했다.

A씨의 아내는 “집보다 직장이 소중했고, 가족보다 직원을 소중히 여겼던 사람이다. 재발한 암 치료 중인 아내 간호보다 업무가 중요한 사람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남편은 그저 자기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한 공무원의 한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사람이 사람에게 어찌 이리도 무자비할 수 있는 것인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도 없고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원망을 퍼부을 시간도 없었다. 오로지 남편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도움의 손길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함께 전했다. 그는 “5분 단위로 안약과 연고, 화상 부위 드레싱을 하면서 며칠을 정신없이 병원에서 보내다 보니 죽을 것 같았던 분노는 어느 정도 사그라지고 이제 이 상황에서 그래도 고마웠던 분들이 생각이 난다”고 언급했다.

A씨의 아내는 “사고 직후 초기대응을 잘해 주신 과 내 직원들, 소리 없이 뒤에서 참 많은 것을 도와주신 동료들, 응급실로 한달음에 달려오신 시장님, 믿기지 않는 이 상황에서 진정으로 마음 아파해주시는 분들을 보며 남편은 얼굴은 일그러졌어도 가슴으론 웃고 있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채널A 화면 캡처.

현재 A씨는 서울의 한 안과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아내 역시 암 투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달 29일 개인택시 매매알선업자인 60대 남성 B씨는 행정에 불만을 품고 포항시청 대중교통과에서 일하던 A씨의 얼굴에 염산이 든 액체를 뿌렸다. B씨는 개인택시 매매 금지에 불만을 품고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B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구속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