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인 누명’ 의혹을 놓고 논쟁을 불러온 사형수가 형 집행을 불과 수시간 앞두고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AP통신은 18일(현지시간) “케빈 스팃 오클라호마 주지사가 이날 사형 집행이 예정된 줄리어스 존스의 형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고 보도했다.
존스는 41세 흑인 남성이다. 1999년 백인 남성 폴 하월의 차량을 강탈하고 총을 쏴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존스는 하월의 사망 당시 자신이 가족과 함께 집에 있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하월을 살해한 고교 동창으로부터 누명을 썼고, 자신이 흑인이란 점도 유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호소했다.
존스의 결백 주장은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에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비올라 데이비스가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제작해 2018년 방영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 이후 오클라호마주 지역사회와 여러 유명인들이 존스에 대한 사형 집행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오클라호마시티 고교생들은 지난 17일 존스에 대한 사형 집행 반대를 공론화하기 위해 교실을 비우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존스가 수감된 매컬러스터 소재 오클라호마 주립교도소 앞에선 이날 100여명이 모였고, 무기징역 감형 소식을 전해 듣고 환호성을 질렀다. 존스의 결백에 힘을 실어온 미국 모델 킴 카다시안 웨스트는 트위터에 “생명을 구하는 목소리를 낸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적었다.
스팃 주지사는 성명에서 “사건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검토해 존스의 형을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으로 감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존스의 어머니는 스팃 주지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아들을 석방하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환호성만 나온 것은 아니다. 비록 존스의 결백이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감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하월 유족, 수사당국 관계자들이 실망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월의 죽음을 목격했다고 주장해온 고인의 누나는 “감형, 사면, 가석방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데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존 오코너 전 오클라호마주 검찰총장은 “네 차례 항소에서 항소심 판사 13명이 심리를 진행한 것을 포함해 많은 수사관, 검사, 배심원, 재판관이 관여해 얻은 결과물이 무시돼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