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개든 여경 무용론…“채용 문제” VS “마녀사냥”

입력 2021-11-19 00:03

한동안 잠잠했던 ‘여경 무용론’이 온라인상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층간소음 갈등 이후 흉기난동이 벌어진 현장에 출동한 여경이 소극적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누리꾼들은 주로 경찰의 미흡한 대응과 성별에 따라 상이한 채용 기준(체력검사) 등을 지적했으나, 단순히 여경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18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K-여경 근황’ ‘여경 논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식의 제목을 단 글들이 올라왔다. 최근 인천의 흉기 난동 현장에서 여경이 즉각 범인을 제압하지 않고 지원 요청을 위해 현장을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경 무용론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이다.

누리꾼들은 관련 게시글마다 수백개의 댓글을 달며 비판과 조롱을 쏟아냈다. “여경은 지원 요청용이냐” “남자 경찰 불러달라고 따로 말해야 하나”라는 등 경찰의 부실한 대응을 비판하거나 “치안조무사, 경찰조무사”라며 여경을 비아냥하는 댓글이 달렸다.

“여경을 뽑지 말고 경찰을 뽑아야 한다”는 이들도 많았다. 남녀 성별에 따라 경찰 채용 시 체력검사 기준을 달리 구분할 게 아니라 객관적인 업무수행 능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미국 여경은 현장에서 흉악범을 곧바로 제압하는 모습을 봤다”며 외국 경찰의 현장대응 사례와 비교하는 댓글도 보였다.

“남자 경찰도 대부분 (지원 요청하는 식의 대응을) 그렇게 한다” “남성 경찰은 모든 현장에서 무조건 대응을 잘 하느냐”며 반박하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또 “단순히 여경이라는 이유로 마녀사냥을 해선 안 된다”며 무조건적인 비판을 지적하는 이도 보였다.

경찰이 새롭게 도입하는 순환식 체력검사의 예시. 2026년부터는 모든 경찰 선발 과정에 남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체력검사가 실시된다. 경찰청 제공

여경 무용론은 줄곧 온라인에서 논란이 돼 왔다. 경찰 채용 시 성별에 따라 체력검사 기준이 다른 점은 늘 비판 대상이었다. 여경의 체력검사 기준이 낮다 보니 강력 범죄가 일어나는 현장에서 임무 수행이 힘들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남경에 비해 여경이 안전한 보직에 배치된다는 주장과 여경의 미흡한 대응 사례를 담은 영상 등도 이같은 논란에 여러 번 불을 지폈다.

다만 경찰은 채용 시 남녀 구분 없이 동일한 체력검사 기준을 적용하는 개선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경찰청은 지난 6월 국가경찰위원회의 ‘경찰 남녀통합선발 체력검사 도입방안’ 심의·의결에 따라 2023년부터 경찰대학생·간부후보생 등 선발 과정에 남녀통합선발 체력검사를 우선 도입키로 했다. 2026년부터는 모든 경찰관 선발과정에 전면 도입한다.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논란은 지난 15일 인천의 한 빌라 4층에 살던 A씨(48)가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B씨 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에서 비롯됐다. 현장에 출동한 여경은 A씨가 빌라 3층에 있던 B씨와 그의 딸에게 흉기를 휘두르자 남성 경찰관에게 지원 요청을 하기 위해 1층에 내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경찰관과 1층에 있던 B씨의 남편은 곧장 3층으로 올라가 A씨와 몸싸움을 벌였고, 경찰관 2명은 공동현관문이 잠겨 현장에 뒤늦게 도착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B씨는 흉기에 목 부위를 찔리는 중상을 입었고, B씨의 딸과 남편은 얼굴과 손 등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찰청은 이날 “인천논현경찰서의 112 신고사건 처리와 관련, 시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인천경찰의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대해 피해자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청장 명의의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공식 게재했다. 인천경찰청은 “피의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는 별개로 현재까지 조사된 사항을 토대로 철저한 감찰을 진행해 해당 경찰관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피해자 일가족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경찰청은 합동조사를 통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의 사건 대응이 적절했는지 따져볼 계획이다. B씨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A씨는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전날 구속됐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