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전문가들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내놓은 가장 주목되는 분석은 ‘수학 공통과목이 상당히 어려웠다’는 것이다. 종로학원과 메가스터디교육, 진학사 등 사설 입시기관들은 18일 대체로 “수학 영역이 대체로 까다롭게 나왔다. 특히 수험생들이 공통과목에서 애 먹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수험생들에게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 지점이다. 올해부터 모든 수험생은 ‘공통+선택과목’ 체제로 시험을 치르고 성적을 통합해 산출한다. 문과생들은 주로 확률과 통계, 이과생들은 미적분 혹은 기하 중에 선택한다. 문·이과생 공통으로 ‘수학Ⅰ·Ⅱ’를 치른다.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의 비중은 각각 75%와 25%로 공통과목의 비중이 높다. 그동안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통과목에서 변별력을 확보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선택과목 간에 난이도 차이가 크게 발생하고 이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발생할 경우 ‘문·이과 통합형 수능’ 자체가 공격 받을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공통과목에서 변별력이 올라가면 문과생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일단 수시모집 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와 직결되는 수능 등급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교육부가 수능 등급별로 선택과목 응시자 비율(예컨대 1등급 내 확률과 통계 선택인원 분포)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교사 단체와 사설 입시기관들의 분석을 통해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지난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 비율은 이과생이 90%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과생들은 등급뿐 아니라 표준점수나 백분위에서도 밀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 확률과 통계의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자에 주어지는 점수)은 142점이었다. 미적분은 146점이었다. 9월 모의평가에서는 확률과 통계가 139점, 미적분 145점으로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똑같이 전체 문항에 정답을 달아도 표준점수에서 문과생이 밀리는 결과가 나오는 실정이었다. 공통과목을 어렵게 출제하고 선택과목을 평이하게 냈던 지난 6월과 9월 모의평가의 기조가 실제 수능에서도 이어졌기 때문에 문·이과생의 점수 격차도 모의평가 때와 비슷한 양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국어 영역은 대체로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설 입시기관들의 대체적인 분석은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쉽거나 비슷하다’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어가 까다로웠기 때문에 ‘평이하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44점, 1등급 구분점수(컷)가 131점이었다. 최상위권인 1등급 안에서도 점수차가 13점까지 벌어질 정도로 변별력이 있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문 길이와 정보량을 줄이는 등 수험생 부담을 줄여주려는 출제 당국의 의도가 엿보이지만 실제로 수험생이 그렇게 느꼈을지는 미지수”라며 “지난해 수능 혹은 어려웠던 지난 6월 모의평가 수준에 근접한 난도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점수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수능 1등급컷은 88점, 6월 모의평가는 89점이었다. 입시 전문가들은 상위권 변별력을 가르는 문항으로 독서 영역의 ‘헤겔의 변증법’(4~9번), ‘기축통화와 환율 관련’(10~13번) 등을 꼽았다. 영어 영역은 지난해 보다 어려웠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지난해 수능은 1등급 비율이 12.7%로 매우 쉬웠다는 평가였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