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번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수험생들은 ‘수능 한파’ 없는 비교적 포근한 날씨 속에 고사장을 찾았다. 감염병 전파 우려로 선후배들의 응원전은 제한됐지만, 고사장에 들어가는 자녀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은 예년과 다름 없었다. 고사장을 잘못 찾거나 입실 시간을 착각해 당황하는 수험생도 있었지만 시민·경찰·학교 관계자 등의 도움으로 큰 사고 소식 없이 시험이 진행됐다.
고사장 입실 마감을 앞둔 오전 8시2분 서울 강남구 진선여고로 배정 받은 한 학생이 고사장을 착각해 서초고에 도착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학교 관계자들은 긴급 논의 끝에 해당 학생이 서초고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했다. 발을 동동 구르며 교문 앞을 지키던 학생의 부모는 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야 안심하며 발길을 돌렸다. 한 학생은 여의도여고를 여의도고로 착각해 부랴부랴 이동하기도 했다.
‘긴급 수송’된 학생들도 있었다. 복통 탓에 지각 위기에 놓였던 한 학생은 서울 종로구 안국역에서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경복고에 겨우 도착했다. 경찰은 이날 수험생 수송, 수험생 차량 에스코트 등 185건을 지원했다.
정전 사태로 시험 자체가 치러지지 못할 뻔한 곳도 있었다. 오전 6시쯤 세종시 일부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했으나 소방당국이 긴급 복구작업을 벌여 1시간30여분 만에 수습했다. 서울 강남구 한 고교 앞에선 학교 관계자의 착오로 입실 마감시간보다 10분 빠른 오전 8시에 교문이 닫혀 소란이 빚어졌다. 고사장에 진입하지 못한 일부 학생들이 “교문을 열라”고 외쳤고, 실랑이 끝에 겨우 입실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국 대부분의 고사장에선 선후배들의 왁자지껄한 응원 장면은 볼 수 없었다. 김재관(22)씨는 네 살 터울 여동생이 서울 중구 이화외고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봤다. 이날은 김씨의 입대 일이기도 했다. 논산훈련소로 가기 전 동생을 응원하러 왔다는 김씨는 “오늘은 동생에게도, 내게도 특별한 날”이라며 “코로나19 탓에 집에서만 공부해 온 동생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어 직접 배웅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화외고 고사장 앞에서 한 학부모는 딸의 손을 잡은 채 눈을 감고 한참 동안 기도해 눈길을 끌었다. 딸을 수험장에 들여보낸 또 다른 학부모 김모(50)씨는 “코로나 탓에 기숙사와 집만 오가며 제대로 공부도 못하고 체력 소모도 심했을 텐데 그나마 지난해처럼 수능이 연기되지 않은 점은 참 다행”이라고 했다.
신용일 박민지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