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대장동 특검’에 대해 ‘깜짝 카드’를 꺼냈다.
강하게 밀어붙였던 재난지원금 추가 지원은 사실상 철회했고,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특검은 조건을 붙이지 않고 특검을 실시하자고 역공을 가했다.
이 후보가 급격한 방향 전환을 선택한 것은 중도층 외연 확장을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재난지원금에 대해선 반대 여론이 높고, 특검에 대해선 찬성 여론이 높은 점을 감안해 민심에 따른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여론을 고려한 선택으로 지지율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 이 후보의 의도인 셈이다.
이 후보는 18일 자신의 대표 브랜드인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사실상 철회한 이유로 “민생”을 꼽았다.
그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초선의원 간담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전국민 지원이든 소상공인 선별지원이든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지원이 지연되지 않도록 제 주장을 접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하는 정부와 야당, 여론에 타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며 “명분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실용주의자의 모습도 부각됐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더 이상 벌어지기 전에 부담이 되는 이슈들을 털어버린 것이라는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더 끌었다가는 더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재난지원금 예산을 놓고 정부와 대치하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부각되는 상황에도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국채 추가 발행 없이 내년도 본예산에 전 국민 지원금을 편성하기에는 재원이 모자르다는 현실적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이 후보가 주도적으로 제시했던 핵심 의제에 물러나면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당장 국민의힘은 재난지원금 철회와 관련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특검에 대해선 더 강력한 입장을 취했다. 기존의 ‘조건부 특검’보다 적극적인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여야의 특검 논의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의원은 “이 후보가 우선은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특검법 협상에도 대비할 것”이라며 “다만 아직까진 별도의 특검 협상안을 마련해두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무차원에서는 이미 특검 대비에 돌입한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검 수사대상부터, 상설특검 도입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후보가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며 특검 수사 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불법 대출된 돈이 대장동 사업에 흘러 들어갔지만 윤 후보가 당시 이 부분에 대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역시 즉각 협상을 시작하자며 맞받아쳤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특검 수사를 주장하며 “우리가 올린 특검 법안을 처리하기만 하면 된다”고 압박했다. 단 여권 인물이 특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큰 ‘상설특검’ 방안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