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지난해 문을 닫았던 ‘난타’가 12월 2일 명동 전용극장에 돌아온다.
18일 서울 중구 명동 난타 전용관에서 열린 ‘명동 난타 재개막 기념 프레스콜’에서 송승환 PMC 프로덕션 예술 총감독은 “‘난타’는 1997년 초연 이후 거의 쉼 없이 달려왔다. 메르스나 사스로 잠시 공연을 중단한 적 있지만, 며칠에 불과했다”면서 “지난해 코로나19가 처음 나왔을 때는 1~2개월이면 끝날 줄 알았었다. 그런데, 공연을 재개하기까지 무려 20개월이나 걸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 감독이 제작 및 연출한 ‘난타’는 한국의 전통적인 사물놀이 리듬과 슬랩스틱 코미디를 결합해 주방의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는 넌버벌 퍼포먼스(비언어 퍼포먼스)다. 한국 공연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린 송 감독은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난타’를 선보였고, 이곳에서의 호평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로 진출했다. 2004년 아시아 무대예술로는 처음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1년 6개월간 장기공연을 가지는 등 전 세계 58개국 318개 도시의 투어 공연을 진행했다.
‘난타’는 2001년부터 국내에 전용관을 마련했는데, 당시 서울에서 부족한 야간 관광 상품으로 관광객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당시 여행사들이 앞다퉈 ‘난타’를 패키지에 넣으면서 제작사인 PMC 프로덕션 역시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난타’의 성공이 기폭제가 되어 ‘점프’ 등 많은 넌버벌 퍼포먼스가 등장해 공연관광이 활성화됐다. ‘난타’의 경우 그동안 수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코로나 팬데믹 직전 국내에선 명동, 홍대, 제주도에 3개의 전용관을 운영하는 동시에 해외에선 중국 광저우와 태국 방콕에 2개의 전용관을 운영했었다.
송 감독은 “코로나 상황이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너무 오랫동안 공연장의 문을 닫고 있으면 난타가 잊힐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위드 코로나’로 기운을 얻어 공연을 재개하기로 했다”면서 “아직 공항의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 대신 내국인에 집중할 계획이다. ‘난타’의 누적 관객 1500만 명 가운데 외국인이 1000만 명, 내국인이 500만 명이다. 국내에서도 ‘난타’를 보지 않은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10~20대의 젊은 세대가 ‘난타’를 보러 공연장을 찾을 수 있도록 문화체험 등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난타’는 지난 6월 문을 연 제주도 전용관에 이어 12월 명동 전용관에서 공연을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회만 시범적으로 선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하루에 2~3회씩 하던 것에 비하면 매우 적다. 다만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면 횟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송 감독은 “‘난타’가 1997년 초연을 할 때는 IMF로 많은 사람이 힘들 때였다. 당시 관객들이 ‘난타’의 두드림을 보고 위안을 얻는다는 말을 하곤 했다”면서 “지금 코로나 상황 역시 녹록하지 않지만 다시 한 번 ‘난타’가 지친 분들에게 기운을 불어넣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난타’의 매력은 라이브 공연에 있다”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 공연이 대두됐지만 공연은 라이브일 때 진가가 있다. ‘난타’ 같은 작품은 더더욱 그렇다. 두드림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난타의 콘셉트는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난타’의 배우들 5명은 쇼케이스를 가진 뒤 송 감독과 함께 기자간담회에 나섰다. 이들 배우는 공연장이 문을 닫은 뒤 가끔 ‘난타’의 이벤트 공연에 참여한 것을 제외하곤 택배, 서빙 등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부정기적으로 일이 생기는 만큼 정기적인 일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배우 정민구는 “‘난타’가 우리나라 최초의 넌버벌 퍼포먼스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2년 가까이 관객을 만나지 못해 속상했다”고 말했다. 소감을 말하는 도중 목이 멘 그는 “힘든 시기이지만 관객들이 ‘난타’를 통해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