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도중 종료 종이 2~4분 일찍 울려 피해를 본 학생들이 대한민국과 서울시, 방송 담당 교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부와 해당 교사 측은 “추가 시간을 부여했고, 학생들이 실질적 손해를 입었다는 입증이 없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1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서울 강서구 덕원여고 시험장에서 수능을 봤던 수험생 9명과 학부모 16명은 서울시와 대한민국, 방송담당 교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총 88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당시 이 시험장에서는 제4교시 탐구 영역의 제1선택과목 시험 종료 종이 담당 교사의 실수로 예정 시각보다 일찍 울렸다. 감독관은 시험지를 바로 수거했는데 이후 “종료 종이 잘못 울렸으니 추가 시간을 주겠다”는 안내가 이뤄졌다.
학생들은 몇 분인지 명확한 고지도 없이 “추가 시간을 주겠다”고만 안내돼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분·초까지 계산해 마지막 순간 답안지에 정답을 옮겨 적는 수험생 입장에선 남은 시간을 정확히 알지 못해 시험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고사실 마다 추가 시간이 다르게 부여된 정황도 있다. 학생 측 법률대리인은 “당시 정정방송이 나온 뒤 학생 모두에게 시험지를 돌려주고 ‘몇 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식으로 진행된 게 아니었다”며 “추가 시간 부여 안내 방송 이후 시험지를 바로 돌려준 감독관도 있고, 손 들고 시험지를 받아갈 사람은 받아가라고 한 교사도 있는 등 제각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낸 수험생 중 일부는 ‘타종 오류 사고’로 시험 점수가 낮게 나와 18일 다시 수능을 봤다. 이 때문에 당초 재수 비용도 함께 청구하는 방안까지 고려했지만, 법원으로부터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만 청구했다고 한다. 액수는 학생 1인당 800만원, 학부모 1인당 100만원 선이다.
정부와 서울시, 방송담당 교사 측은 정정방송을 통해 추가시간을 줬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손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또 모의고사와 수능을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편 것으로 전해졌다. 모의고사 성적보다 수능 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해서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4단독 김홍도 판사는 다음 달 23일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학생 측은 손해를 입증하라는 판사의 주문에 따라 수능 전에 봤던 모의고사 관련 자료 등을 제출할 예정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