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가장 친밀하면서도 상처와 오해를 주고받기 쉬운 관계다.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더욱 돈독해지기도 하지만 멀어지기도 한다. 가까이 있으면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들 잭(마이클 리처드슨)과 아버지 로버트(리암 니슨)는 항상 거리를 두고 지냈다. 어머니와 아내를 잃은 고통을 서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의 고통조차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이 없다.
화가 로버트는 이웃 나탈리아(발레리아 비렐로)의 초상화를 그리던 중 그림을 보여달라는 나탈리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봐도 되는데, 맘에 안 들 겁니다. 사람들은 자기 모습 보는 걸 힘들어하거든요.”
런던에서 따로 살던 두 사람은 어릴 때 세 식구가 함께 살던 토스카나의 집을 팔기 위해 만난다.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집을 팔기 위해 수리하면서 부자는 오랜만에 함께 지낸다. 이탈리아 중부 지방의 눈부신 풍경 속에서 어색한 두 사람의 대화는 매번 어긋난다.
그러던 어느날 별채에서 어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발견한 잭은 아버지에게 마음 속에 쌓아 온 괴로움과 분노를 표출한다. 두 사람은 수십년 간 꺼내지 않았던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아버지와 아들은 엉망이 된 집을 고치고 정리하면서 스스로의 마음도, 서로와의 관계도 치유하게 된다.
배우 출신인 제임스 다시 감독이 연출한 ‘메이드 인 이태리’는 토스카나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한 가족 영화다. 포도밭과 호수 등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상미는 관객들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오페라와 이탈리아 전통 음악 등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테이큰’ 시리즈 등 액션 영화를 주로 찍었던 리암 니슨이 로맨스 드라마로 연기 변신을 꾀했다. 친아들이자 배우인 마이클 리처드슨과 호흡을 맞춘 점도 인상적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아내 나타샤 리처드슨을 지난 2009년 사고로 잃은 리암 니슨의 실제 가족사와 닮아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이끌어냈다. 24일 개봉.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