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년 만에 인사제도를 완전히 바꾼다. 올해 초 성과급 논란 등으로 불거진 MZ세대의 ‘공정한 성과보상’ 목소리를 반영하는 게 골자다. 원할한 소통과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직급체계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복수의 인사개편안을 마련하고 사원협의회 등과 논의를 하고 있다. 개편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공서열보다 성과중심의 보상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사평가에 따라 5단계로 나뉘는 연봉인상률 적용은 절대평가 강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최상위 10%는 유지하되 최대 90%까지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걸 검토한다. 충분한 성과를 냈음에도 인사평가 제도 때문에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MZ세대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절대평가 비중이 높아지면 동료의 인사고과와 무관하게 자신의 성과만 정확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 평가 방식도 다양하게 하는 걸 고려 중이다. 연봉인상 및 성과급은 연공서열보다 성과에 따라 차등을 두는 쪽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상사의 일방적 인사평가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동료평가를 도입하는 방안도 다루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동료 3명가량으로부터 인사평가를 받으면 한층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동료평가가 친소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등의 부정적 요인도 있어 삼성전자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4단계(CL1~CL4)인 직급체계는 간소화 또는 폐지를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2017년에 7단계였던 직급체계를 4단계로 줄이고, 호칭도 ‘님’으로 통일했었다. 다만, 업무 성격에 따라 ‘프로’ ‘선·후배님’ 등 다른 호칭도 사용하게 했다. 팀장과 그룹장, 파트장, 임원은 직책으로 부르도록 했다. 이번에는 더 줄여 2단계로 하거나, 아예 직급을 없애는 걸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급을 없애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0월부터 사내 메신저, 인트라넷, 이메일 등에서 직원의 직급 표시를 없애고 ‘프로’로 표기하고 있다. 직급이 노출되지 않으면서 직원끼리 서로 존대하는 문화가 확산되는 등 긍정적 반응이 많다. 삼성전자도 이를 참고해 반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새 인사제도 도입에 따른 초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수시 피드백 제도를 신설할 계획이다. 새 인사제도의 문제점이 나타나면 계속 보완해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노동조합 등의 의견을 더 수렴한 뒤 이달 말에 인사제도 개편안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내년 초에 시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