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이예람 중사 아버지, 청와대 앞에 선 이유는

입력 2021-11-18 16:26
1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故) 이예람 중사의 부친이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성추행을 당한 뒤 지난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가 1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 중사 아버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을 요청하면서 “억울한 죽음이 있었다는 걸 밝혀달라”고 했다.

이 중사 아버지는 이 중사의 사진과 고인이 첫 부대 배정을 받았을 때 받았다는 공군 배지를 옷에 달고 나왔다. 그는 “저희가 애걸복걸하고 공론화하고 국민청원을 하니 그제야 국방부에서 나서서 새로운 수사를 시작했다”며 “그마저도 모두가 불기소 처분되는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 중사 부친은 “대통령이 장례식장에 오셔서 엄정하게 수사해 이 중사의 명예를 되찾아주겠다고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며 “대통령께서 강력하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해결해주시겠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밝혀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젊은이들과 그 부모를 생각해서라도 이 사건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故) 이예람 중사 아버지가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앞서 이 중사는 지난 3월 선임 부사관인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다음날 바로 보고했다. 하지만 동료와 선임 등으로부터 회유와 압박 등 2차 피해를 당한 끝에 지난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장 중사는 성추행 후 이 중사에게 ‘용서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등 협박한 혐의도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25명을 피의자로 입건해 장 중사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당시 초동수사를 담당했던 20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사는 기소되지 않았다. 공군 검찰 지휘‧감독 책임자인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 지휘부도 증거부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국방부는 당시 “초동수사가 미진했던 것은 맞지만 형사적으로 직무유기가 성립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공군본부 소속 군검사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제보받았다면서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 선임 군검사로 표기된 A소령은 “실장님이 다 생각이 있으셨겠지. 우리도 나중에 나가면 다 그렇게 전관예우로 먹고 살아야 되는 거야. 직접 불구속 지휘하는데 뭐 어쩌라고”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센터는 이를 근거로 전 실장이 당시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전 실장은 해당 녹취록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불구속 수사 지휘를 한 사실도 없다는 주장이다. 전 실장은 이날 군인권센터를 경찰에 고소했다. 녹취록에 대화 참여자로 등장한 A소령 등 2명도 센터를 고소했다. 그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녹취록에 나오는 선임 군검사란 직책은 당시에 없었고, 선임 군검사로 소개된 소령은 당시 군검사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 중사 부친은 이날 전 실장 관련 의혹도 거론하면서 “보국애민하라는 삼정검을 그들은 뒤돌아서서 우리 아이 등에 난도질 한 것”이라며 “이제는 정말 특검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준장 진급자인 전 실장 등에게 장군의 상징인 삼정검을 수여했다. 청와대는 전 실장이 지난 1월 진급을 했고 징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삼정검을 수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