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보건 전문가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모델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든버러대 의대에서 세계보건관리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데비 스리드하르 교수는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발표한 기고문을 통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하면서 영국이 이를 배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리드하르 교수는 한국과 영국·미국의 백신 접종률과 사망자 수, 경제 상황 등을 비교했다. 현재 한국의 백신 완전 접종률은 78.4%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 68.6%, 미국 58%보다 월등히 높다. 그는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14만3000여명, 78만3600여명이 사망한 반면 한국은 약 3000명으로 인구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그 수치가 적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한국은 고소득 국가 중 최초로 국내총생산(GDP)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스리드하르 교수는 한국 정부가 단기적으로 강도 높은 방역 규제를 통해 시간을 벌고, 중장기적으로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확보한 점을 코로나 선방 비결로 꼽았다.
그는 팬데믹 초기 강도 높은 규제로 감염을 최소화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대대적인 코로나19 검사, 감염경로 추적, 격리·봉쇄조치, 공공장소 내 마스크 착용 등 조치를 효과적으로 시행했다는 것이다. 그는 앞서 한국이 메르스 사태를 통해 교훈을 얻었던 점을 적극적 대응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전략이 코로나19 극복의 해법을 찾기 위한 시간을 벌어줬다고 분석했다.
이후 백신 개발이 완료됨에 따라 한국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면서 항바이러스제를 확보해 의료체계의 부담을 낮추는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전환했다. 스리드하르 교수는 한국이 대규모 백신 접종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팬데믹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하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스리드하르 교수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 뉴질랜드 등 국가들도 경제와 방역을 모두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과 미국에서 ‘어떤 과학적 해결책도 없고, 대규모 감염이 불가피하며, 세계 다른 지역으로부터 배울 것이 거의 없다’는 냉소적인 숙명론이 실수를 만들었다”며 “지금이라도 한국 같은 국가들에서 교훈을 얻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