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환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수련의(인턴) A씨에 대한 ‘직위 해제’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규정상 ‘징계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해고 등의 징계 대신 인사 조치를 취했다.
1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병원은 전날 오후 A씨를 모든 수련 업무에서 배제하는 인사 조치인 ‘직위 해제’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현 상황에서 해고 조치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재판 결과를 기다리면서 징계 방향과 수위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2019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수련을 받던 당시 여성 환자의 신체 부위를 수차례 만지고 성희롱성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해당 사건으로 A씨는 아산병원에서 정직 3개월 및 수료 취소 징계 처분을 받았지만 올해 서울대병원에 재임용돼 논란이 일었다(국민일보 11월 15일자 12면 참고).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월 A씨에게 준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서울동부지검에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 5월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오는 25일 서울동부지법에서 3차 공판이 진행된다.
A씨가 서울대병원에 근무한다는 사실이 보도로 알려지면서 내부에서는 문제 전력이 있는 동료와 근무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분위기가 거셌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문제의 수련의가 직접 환자를 봤다는 사실을 확인한 조합원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는 “A씨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병원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고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A씨가 오는 2월 예정대로 인턴 과정을 수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레지던트 수련 기회를 얻게 돼 전문의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는 “인턴을 수료하려면 ‘수련 기간’이 필요한데, 업무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예정된 날짜에 수료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병원은 A씨 채용 관련 논란이 일자 “합격자를 대상으로 범죄경력을 조회했지만 문제가 없어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기소 전인 지난 3월 입사해 범죄 전력을 조회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인사 규정에 따르면 ‘징계 처분을 받아 해임된 경우 5년이 지나지 않으면 재취업할 수 없다’고 돼 있지만 A씨는 징계 처분을 받고도 해당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아산병원이 징계에 이어 해임 절차에 들어가자 그보다 먼저 퇴사해 해임 처분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