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부자들 ‘오징어게임’에 빠져…자신들 처지와 닮아”

입력 2021-11-18 06:36 수정 2021-11-18 10:09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북한 당국의 단속에도 평양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7일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에서 불법 복제된 ‘오징어 게임’이 돈주(신흥부자)와 밀수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성시의 한 주민은 RFA와 인터뷰에서 “평양에서 돈장사(환전상)를 하는 동생 집에 갔다가 ‘오징어 게임’을 보고 왔다”며 “요즘 평양의 한다 하는(돈·권력 있는) 사람들은 남조선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빠져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징어 게임’이 담긴 USB, SD카드 등 메모리 저장장치들이 해상 밀무역을 통해 국내에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학습장 크기의 노트텔(휴대용 영상 장비)로 밤에 이불 속에서 몰래 시청한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북한은 중국, 시리아와 함께 전 세계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세 국가 중 하나다. 북한 당국은 ‘오징어 게임’이 지나치게 자본주의적이라며 주민들에게 시청을 금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본주의 미디어를 시청 보관 또는 배포한 경우 최고 사형에 처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했다.

‘오징어 게임’은 특히 평양의 부자들과 젊은이들에게 인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외화벌이에 나선 이들의 실적이 나쁠 경우 숙청하는데, 평양 부자들이 돈벌이에 목숨이 걸린 자신들의 상황과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의 처지가 비슷하다며 공감하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로 탈북민 강새벽(정호연 분)이 나오는 것도 북한 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소식통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제정되면서 단속이 살벌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간부들도 먹고살기 힘들어져 남조선 영화를 시청하다 발각돼도 달러를 찔러주면 무마되고 있다”며 “‘오징어 게임’ 시청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