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일 전 천안함장(예비역 대령)이 ‘순국선열의 날’인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를 만났다.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전사한 고 이상희 하사 부친인 이성우 유족회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면담은 약 40분간 진행됐다.
최 전 함장은 만남을 마치고 국민일보와 가진 통화에서 “윤석열 후보가 우리를 예우한다는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최 전 함장은 이어 “윤 후보가 ‘쩍벌’ 자세가 심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우리를 대할 때는 태도가 달랐다”면서 “쩍벌 다리를 하지 않은 채 우리 이야기를 최대한 들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최 전 함장은 이어 “(정치인들은) 보통 자기가 다 말하려고 하는데, 윤 후보는 달랐다”며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최 전 함장은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군에 남은 생존 장병들과 유가족들이 겪는 어려움 등을 윤 후보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최 전 함장은 “생존 장병들이 진급을 하려면 일정 시간 배를 타야 한다”면서 “그런데 그날(천안함 피격사건)의 트라우마로 배를 타지 못하는 생존 장병들은 점수가 부족해 진급을 못 한다”고 전했다.
이어 “생존 장병들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정신과 치료이다 보니 눈치가 보여서 병원에 못 간다”면서 “치료를 받은 기록이 없으니 제대 후 국가유공자 등록도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전 함장은 이어 “천안함에 대한 루머와 악플로 유족들이 힘들어 하는 것도 윤 후보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최 전 함장의 말을 들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최 전 함장은 “‘이번 한 번 만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진심으로 하는지 보겠다’고 윤 후보에게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 후보는 “약속하겠다. 다시 만나자”고 답했다고 한다. 최 전 함장은 “헤어지기 전에 윤 후보에게 천안함 배지를 달아줬다”고 전했다.
그동안 윤 후보는 천안함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지난 6월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장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천안함 관련 일정이다. 특히 대선 출마 선언 전날에는 천안함 모습이 자수로 새겨진 검은색 모자를 쓰고 산책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군인과 경찰, 소방관 등 제복을 입은 사람의 명예와 국가에 대한 헌신을 윤 후보는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면서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분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천안함의 경우 국가를 지키기 위해 명예롭게 전사했는데, 국가의 무관심과 루머로 그 명예가 실추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윤 후보는 생존장병과 유족들을 국가가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부연했다.
윤 후보도 이날 만남을 가지면서 “국격이라고 하는 것은 그 국가가 어떤 역사, 어떤 사람을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그러니까 국가를 위해서 희생된 장병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그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는데 이 정부의 태도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피격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검증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의혹을 제기하고 보도하는 게 문제가 없다고 판명해서 우리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한 것에 대해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굴종적인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