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여지는 있어도…” 불길 속 아기 두고 나온 엄마 ‘무죄’ 확정

입력 2021-11-17 18:29

불이 난 집에서 아기를 구하지 못해 재판을 받은 20대 엄마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해당 사건은 엄마 혼자 피해 아기를 숨지게 한 것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며 맘카페를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사건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25)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4월 서울 은평구 자신의 집에서 불이 났을 때 12개월 된 아기를 두고 홀로 대피했다. 당시 화재는 안방의 전기장판과 연결된 멀티탭 전선이 과부화돼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화재 연기로 잠에서 깬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눈이 마주칠 정도로 시야가 확보된 상황이었으며, A씨와 아기의 거리가 2m에 불과했다고 봤다. 이에 검찰은 A씨가 아기를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아기를 버려 둬 숨지게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A씨는 검경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화재 당시 안방 문을 열었는데 연기가 나와 먼저 현관문을 열었다”며 “이후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더 많아진 연기와 열기 때문에 방안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비록 피해자를 직접 데리고 나오지는 못했으나 집 밖으로 나오면서 바로 119에 신고했던 것으로 보이고, 신고를 하면서 아이가 안에 있음을 알렸다.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지나가던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도덕적 비난을 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양육하는 과정에 다소 미숙하거나 소홀한 부분이 있었으나 피해자에 대한 의도적인 유기·방임 또는 학대의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유기의 고의를 갖고 피해자를 구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