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때문 아냐”… ‘보복성 삭감’ 선그은 오세훈

입력 2021-11-17 17:32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년도 예산안에서 교통방송(TBS) 예산을 삭감한 이유가 여권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 때문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치적인 보복성이 다분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오 시장은 17일 오후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민주당 소속 오현정 시의원이 “편향성을 가진 방송이라고 출연금을 삭감하는 것이냐”고 묻자 “편파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방송은 맞다. 하지만 (그래서) 예산 삭감을 한 것이 아니라 경영 합리화를 촉구하는 의미”라고 답했다.

TBS가 공정하지 않다는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선 “올해 시사리서치에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시청자의 66.7%가 편파적이라고 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지적도 방송사 중 가장 많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실제로 TBS의 간판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2017년부터 총 23건의 법정제재와 행정지도를 받았다. TBS가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받는 공영 방송이라는 점에서 김씨의 편향적 행태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오 시장은 “지난달 초 경영혁신 보고대회가 있었는데, TBS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재정독립) 노력이나 의지가 충만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TBS 사장의 역할, 본연의 의무가 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언론이 되려면 권한과 책임뿐 아니라 예산도 독립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 초 2022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도 “독립언론, 독립방송이란 권리·권한과 함께 의무와 책임도 독립돼야 한다. 재정의 독립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이라며 “(TBS가) 독립된 언론의 힘으로 정부 정책이나 서울시 정책에 대해 가감 없는 비판, 대안 제시를 하려면 재정 자립이 가장 선행돼야 하고 그 힘은 광고 수입으로부터 나온다”며 예산 삭감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그때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1990년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본부로 출발한 TBS는 방송 독립성을 명목으로 지난해 2월 ‘서울시미디어재단TBS’로 출범했다. 하지만 예산의 70%가량을 서울시에 의지했다. 서울시 산하 조직에서 별도 재단으로 빠져 나왔지만 예산 독립은 이루지 못한 셈이다. 이에 서울시는 재정 자립을 촉구하는 취지로 내년 TBS 출연금을 올해 375억원에서 약 123억원 삭감한 252억여 원으로 편성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