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법무실장이 李중사 사건 직접 불구속 지휘” 군인권센터 주장

입력 2021-11-17 16:01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 수사 무마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지난 5월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과 관련해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준장)이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직접 가해자 불구속 지침을 내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 실장은 “사실 무근”이라며 의혹에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군인권센터는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중사 사망 사건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6월 공군본부 보통검찰부 소속 군검사들이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대화가 이뤄진 때는 지난 6월 16일 공군본부 법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이후다. 녹취록에는 소령 1명과 대위 4명이 자신들도 수사 대상이 될까 걱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음성 자체가 공개되진 않았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군검사 A대위는 “그러니까 제가 (가해자를) 구속시켜야 한다고 몇 번을 말했어요”라며 “범행 부인에, 피해자 회유 협박에, 2차 가해에 대체 왜 구속을 안 시킨 거예요. 구속시켰으면 이런 일도 없었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선임 군검사인 전모 소령은 “실장님이 다 생각이 있으셨겠지”라며 “우리도 나중에 나가면 다 그렇게 전관예우로 먹고살아야 한다. (전 실장이) 직접 불구속 지휘하는데 뭐 어쩌라고”라고 말했다. 이어 전 소령은 “그만 얘기하자. 입단속이나 잘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전 실장이 성추행 사건 수사 초기 직접 가해자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고 이 과정에서 가해자 변호사가 소속된 로펌에 대한 전관예우가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해자의 변호사가 소속된 로펌에는 해군본부 법무실장 출신인 김모 예비역 대령이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김 변호사와 전 실장은 군법무관 동기이자 대학 선후배 사이”라며 “전 실장이 그를 대우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공군본부 법무실이 고등군사법원 소속 군무원과 결탁해 사건 관련 압수수색에 대비하고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에는 군검사 B 대위가 “지금 압수수색까지 들어오고 난리가 났는데 어떡하나. 이러다 우리도 다 끌려가서 조사받는다”라고 하자 전 소령이 “어차피 양모 계장(국방부 고등군사법원 군무원)이 다 알려줬고 다 대비해놨는데 뭐가 문제인거야”라고 반문하는 내용도 담겼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양 계장은 압수수색 사실을 미리 알려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입건됐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됐다.

군인권센터는 또 전 실장이 군검사들에게 이 중사의 사진을 갖고 오라는 지시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에서 군검사 C 대위는 “무슨 변태도 아니고, 피해자 사진을 왜 봐요”라고 묻는다. B 대위도 “어차피 그거 보고 무슨 짓 하는지 다 아는데 왜 피해자 여군 사진을 올려야 되냐고요”라며 흐느꼈다. 그러나 전 소령은 “그것도 다 수사업무의 일환”이라며 사진을 올릴 것을 지시한다.

전 실장은 군인권센터의 의혹 제기에 즉각 입장문을 내고 “녹취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피해 여군의 사진을 올리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으며, 불구속 수사지휘를 한 사실이 없다”며 “본인을 포함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당사자들은 군인권센터를 고소할 것이며 강력하게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