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2일부터 한국과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우방국을 방문해 경제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외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두 사람의 아시아 순방은 중국에 대한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이들 3개국에 대한 수입규제를 대폭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면서 WSJ는 “미국 정부는 지적 재산권 방치, 덤핑 수출 등 끊임없는 불공정 무역 논란을 일으키는 중국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더 폭 넓은 규제를 적용하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안보 논리에 따라 중국과 동시에 강화시킨 한국과 일본, 인도에 대한 무역규제를 이번 기회에 대폭 완화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 미국이 중국산 철강제품을 규제하기 위해 시행한 쿼터제에 국산 철강제품도 포함돼 그동안 상당한 불이익을 받아왔다. 가격 덤핑 등의 불공정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일정량의 쿼터가 배정돼 그 이상의 철강제품을 미국에 수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이 규제에 포함됐다가 최근 미 상무부의 완화 방침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몬도 장관과 타이 대표는 이번 아시아 순방을 통해 경제 뿐 아니라 정치·군사·안보 분야에서 오래된 동맹국인 한·일·인도 3개국과 함께 ‘반중 경제블록’을 형성하고 원자재의 세계적인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사람은 3개국 경제 고위관리들과의 회담을 통해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규제 해제 문제 뿐 아니라 미국산 항공 부품 기술이전 및 부품 수출 제한, 디지털세 신설 문제 등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은 호황기에 접어든 자동차 산업과 철강관련 제조업이 철강과 알루미늄 등 원재료 부족으로 제대로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다양한 철강제품을 생산하는데다 인도 내에 철강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산 항공부품 기술 이전 및 수출 제한은 관련 기술이 중국으로 누출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때 시행된 조치다.
디지털세와 관련해선 미국 첨단정보통신(IT) 기업에 대해 개별국가가 디지털세를 신설하기 보다 한·미·일·인도 4개국 간 공통적인 일정세율 징수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과의 다양한 협상 테이블을 통해 무역마찰 문제를 조정했으며, 독일과 프랑스산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한 바 있다.
WSJ는 “중국이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의 다자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 대한 경제패권을 강화하려 해왔다”면서 “두 미국 경제수장의 이번 순방은 이러한 흐름을 차단하고 아시아 경제중심국가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 미국 중심의 경제블록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