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일을 그만두거나 이직을 고민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근로자의 고용변동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근로자 1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기업 인사담당자 심층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한 것이다.
그간 직장 내 괴롭힘은 간호계의 ‘태움’ 문화, 대기업 일가의 폭행·폭언, 지도 교수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등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실질적인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지난달 14일에는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 신설됐다.
노동연구원 조사결과 현재의 직장에서 상사나 직장 동료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노동자 비율은 38%였다. 이 중 경력을 단절하고 싶은 의사가 있는 사람은 29%, 이직을 원하는 응답자는 37%였다.
또 과거 직장에서 괴롭힘 피해를 입었다는 비율은 62%였다. 이 중 노동시장을 이탈한 사람이 18%, 직장을 옮긴 사람은 52%였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로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거나 결심한 노동자가 10명 중 7명에 달한다는 결과다. 직장 내 괴롭힘이 고용 변동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가 발생한 이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사업장은 10곳 중 4~5곳에 달했다. 조처를 한 사업장에서는 괴롭힘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 간 공간 분리, 가해자 인사조치 등 방식을 택했다. 또 다수의 괴롭힘 피해자들은 사업주에게 2차 피해 예방, 업무상 재해 인정·보상,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징계를 원했다.
인사담당자 인터뷰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각사의 인사제도에 변화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1.2%로 높게 나타났다. 경영진 10명 중 4명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결과도 있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