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늑약 체결 116주년을 맞아 북한 대외선전매체들이 일본을 비난하는 동시에 미국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선전매체 ‘메아리’는 17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언급하며 “이를 통해 미국은 일본이 조선봉건정부의 국권을 함부로 유린하고 식민지로 만들도록 허용해줬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조약 같은 것은 휴지장에 쓰인 낙서로만 취급하는 미국이 당시 조선반도 문제를 놓고 그 어떤 신의도 없이 일본과 결탁한 것도 별로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제에 의한 을사5조약(을사늑약)의 날조, 다시 말해 조선봉건정부가 일제의 식민지로 굴러떨어진 것은 미국의 검은 마수가 뻗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일본과 미국이 각각 필리핀과 조선에 대한 서로의 우선권을 인정하기로 한 약속이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을 만나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북한이 자신들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남측 여당 대선 후보에게 간접적으로 힘을 실어준 셈이다. 동시에 한·미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또 다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을사5조약은 아무런 법적 효력도 없는 불법 문서이며 일제의 강박과 미국의 비호 두둔 하에 날조된 모략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불법 무효한 허위문서로 국권을 강탈한 특대형 죄악’이라는 기사에서 “일제는 총칼을 휘둘러 날조해낸 날강도적인 을사5조약에 기초해 한일합병이라는 국토병탄행위를 감행하고 조선민족 말살 정책을 실시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일제가 우리 인민에게 입힌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일본은 지난날 우리나라의 국권을 유린하고 강탈한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