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공사를 가로막은 활동가들이 대법원에서 잇따라 업무방해 혐의 유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활동가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4월 제주 서귀포시 해군기지 건설공사 현장 입구에서 ‘해군의 불법공사는 현행법 위반이다. 경찰은 해군을 체포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의자에 앉아 버티며 공사 차량의 출입을 10분가량 막아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행위가 업무방해죄가 규정하는 ‘위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의자에 혼자 앉아 있었을 뿐 직접 공사현장으로 들어가거나 공사 차량에 물리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주변에 100명이 넘는 많은 경찰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공사가 방해되지 않도록 대기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춰 피해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증거로 제출된 영상 사본 CD가 원본과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은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하고 범행의 일시·장소, 동기, 목적, 인원수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공사 차량의 출입을 가로막은 A씨의 행위는 차량이 그대로 진행할 경우 인명피해의 가능성이 큰 상황을 조성해 위력 행사에 해당한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A씨와 유사한 방식으로 제주 해군기지 공사 현장에서 2014년 2월 공사 차량 출입을 수차례 가로막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천주교 수사 B씨도 비슷한 취지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B씨의 행위가 “공사현장 출입이 가로막힌 차량의 운전자들과 공사현장에서 실제 공사를 수행하던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하다”며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