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해온 공화당 중진 의원이 당에서 사실상 제명당했다. 공화당이 트럼프에 대한 ‘충성 모드’를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미 와이오밍주 공화당이 이 지역 유일한 하원의원 리즈 체니(사진)를 공화당원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USA투데이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와이오밍주 공화당 중앙위원회는 버팔로에서 진행한 투표에서 31대 29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와이오밍주 23개 카운티 중에서는 약 3분의 1 지역 공화당 관계자들이 찬성했다.
USA투데이는 “트럼프를 일관되게 비판하는 체니에 대한 질책”이라고 해설했다.
체니 의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의 딸로 공화당 서열 3위 의원이다. 그는 올해 1월 미 의사당 폭동 이후 트럼프 탄핵에 찬성한 공화당원 10명 중 1명이다.
그는 지난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법치 및 헌법과 전쟁을 벌이는 위험하고 비합리적인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와이오밍 공화당은 “체니 의원은 지역구 공화당원의 이익, 요구, 기대는 무시한 채 개인적 이익만 추구했다”고 비난했다고 CNN이 현지 매체 캐스퍼스타트리뷴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체니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의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공화당 하원 회의를 방해하고 분열시켰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기꺼이, 행복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은 상징적 차원으로 체니 의원의 공화당원 자격을 실제로 박탈하지는 못한다. 체니는 내년 예비선거에도 공화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
CNN은 와이오밍주 공화당의 결정에 대해 “실질적 영향력은 ‘제로’지만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개인숭배로 변질되면서 제1원칙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해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이 스스로 ‘트럼프주의’에 대한 충성심을 강요하는 법을 배웠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리즈 체니 의원의 정치는 연초 이후 별로 달라진 게 없지만 나머지 공화당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에 대한 리트머스 테스트 역할을 점점 더 많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니는 트럼프를 거듭 비판했다는 이유로 지난 5월 공화당 하원 의장직을 박탈당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히 버클리대 교수는 “(애리조나주 공화당 하원의원) 폴 고사는 동료의원을 살해하는 (내용의) 비디오를 게시한 혐의조차 받지 않았다”며 공화당의 이중잣대를 꼬집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