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집권 10년’을 맞아 경제발전 성과내기 등 내치에 집중하는 사이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을 앞세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성과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한·미 간 이견이 없다”며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이 여전히 불명확하고 북한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어서 종전선언이 실현되기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을 방문 중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5일(현지시간)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포럼에서 “종전선언이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좋은 티켓”이라며 “우리 정부는 종전을 통해 비핵화에서 불가역적 진전을 만들고,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긍정적으로 화답할 것인지에 대해선 “예측하기 어렵다.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해 북한이 종전선언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미 간 상당히 조율이 끝났다. 큰 원칙에 합의했고 형식과 내용을 어떻게 할지 협의 중”이라면서도 “낙관적으로 보진 않는다. 한·미 간 합의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어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종전선언의 선결조건으로 자신들의 미사일 시험 발사만 도발로 규정하는 ‘이중기준’을 철회할 것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유엔사 해체까지 노골적으로 요구해 종전선언의 허들을 더욱 높였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6일 국회 한반도평화포럼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북한에 (종전선언을) 어떻게 제안하고, (대화 테이블로) 끌고 나올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챌린지(도전)”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미 간 이견이 없다”는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는다. 미국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순서·시기·조건’에서 한국 정부와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이후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차관은 16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양자회담을 한 뒤 17일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에 참석해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의회가 미·중 간 첫 정상회담에 뒤이어 열리는 만큼 미국이 종전선언보다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공조를 주문하는 데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