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종영한 카카오TV의 ‘톡이나 할까’를 1년 2개월 동안 이끌어온 권성민 PD는 “연예인이 스마트폰을 쥐고 인터뷰하는 모습은 가장 일상적이고 우리와 비슷한 모습이었다”며 “이런 부분이 시청자의 공감을 샀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권 PD는 종영을 앞두고 지난 11일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기자들에게 종영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9월 방영되기 시작한 ‘톡이나 할까’는 MC 김이나 작사가가 게스트와 마주 보고 앉아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모바일 양식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상은 세로로 시청할 수 있고, 길이도 20분 남짓이다. 마지막 회는 김이나가 MC이자 게스트로 나와 자신과 대화하는 모습을 담았다.
권 PD는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일상화된 모바일을 결합해서 ‘손안에 있는 채팅과 토크쇼’를 기획했다”며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다. 처음 공개됐을 때 반응이 좋아서 오래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종영 소식을 알리고도 출연하고 싶다는 연예인의 요청이 잇따랐다고 했다.
초기에는 텍스트로 대화하는 방식이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권 PD는 오히려 카톡 덕분에 감정 전달이 더 섬세히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만나지 않고 카톡으로 대화하면 텍스트 전달만 되니까 오해도 많고 뉘앙스 전달이 안 되는데 그것을 극복하면서 간질간질한 느낌을 주기 위해 ‘대면 카톡’이란 장치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MC 김이나와 게스트는 마주 보고 앉아서 카톡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상대의 표정을 살핀다. 권 PD는 “육성으로 하는 대화는 내가 말하는 동안 상대방이 끼어들지 못하고 경청하면서 휘발되는 감정이 많은데 카톡으로 언어를 전달하면서 미묘하게 스쳐 지나가는 표정도 서로 가까이서 눈치를 보면서 알 수 있었다”며 “훨씬 섬세한 감정의 결이 전달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감정을 더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권 PD는 “카톡은 타이핑을 해서 전송을 누르기 전까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맞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있다”며 “모든 게스트가 더 정확하게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톡터뷰’가 시청자의 공감을 산 이유에 대해선 ‘카톡’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한 덕이 크다고 봤다. 권 PD는 “음성 대화로 하기 껄끄럽거나 민망한 것도 텍스트로 전달하면 더 편해지는 게 있었다”고 했다. 그는 “센 감정을 표현할 때도 우리가 ‘와~’하고 소리를 지르는 건 일상에서 부담스럽지만 카톡에서는 느낌표 열 개쯤 찍어 보낼 수 있다”며 “쉽고 편하게 감정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통 프로그램이 끝날 때 PD나 작가들은 해방감을 느끼지만 이번에는 아쉬움이 있다”며 특히 MC로 활약해준 김이나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새벽에 편집을 하다가 김이나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좋은 콘텐츠를 풀어 가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장문의 카톡을 (김이나에게) 보냈던 기억이 난다”며 “어떤 게스트가 와도 적당히 유머러스하게 장난도 치면서 능글능글하게 받아치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은 정말 이런 대화에 타고난 사람이구나’하고 느꼈다. 감탄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톡이나 할까’ 종영 이후 권 PD의 행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어떤 프로그램을 연출할 것인지에 대해 그는 “기본적으로 나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마음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쪽으로 파고드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