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5G→NFT·메타버스… ‘테마주’ 잘못 좇다 물린다

입력 2021-11-17 06:00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중소형 테마주의 급등락이 분야만 바꿔서 반복되고 있다. 특정 테마가 유망하다고 소문나면 관련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다가 시장의 관심이 사그라지면 거품이 꺼지는 양상이다. 과열 시 도달한 전고점에서 주가가 반 토막 나는 경우도 흔하다. 테마의 장밋빛 전망만 좇던 개미들은 속절없이 상투를 잡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투자심리에 불이 붙었던 중소형 바이오주는 일 년 만에 흥망성쇠를 다 겪었다.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신풍제약은 지난해 9월 19만8000원까지 올랐다가 올해 들어 꾸준히 하락했다. 16일 종가는 전고점의 4분의 1도 안 되는 4만7400원이다. 코로나 진단키트 특수로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올랐던 씨젠은 15만원 선을 넘나들다 5만51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5세대 이동통신(5G)과 신재생에너지는 미래에 유망할 산업으로 올 초까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하며 시장에서 소외됐다. 대표적인 5g 장비주인 케이엠더블유의 현재 가격(3만7700원)은 52주 최고가(8만3000원)의 절반도 안 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엠더블유는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며 “당분간 목표주가 및 투자의견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풍력발전기를 만드는 씨에스윈드와 태양광·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를 내세운 한화솔루션도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인다.

최근에는 NFT(대체불가토큰)와 메타버스 테마가 증시를 달구고 있다. 향후 디지털 기반 가상공간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에 관련 기업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하는 중이다. NFT를 게임에 접목한 위메이드를 비롯한 게임주는 하반기 들어 연이어 치솟았다. 지난 3월 1만1000원에 상장한 자이언트스텝은 메타버스 관련 주로 엮이면서 13.7배 상승한 14만6900원까지 올랐다. 게임·미디어 기업이 NFT·메타버스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언급만 해도 주가가 급등할 정도다.


테마성 종목에 돈이 지나치게 쏠려 과열되면 주가는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NFT·메타버스 같은) 테마 내 일부 기업들은 아직 사업이나 실적이 실체화되지 않았음에도 폭등세를 보여 우려스럽다. 쏠림 현상이 극도로 진행되면서 과열 단계에 진입했을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과 기업,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막무가내로 투자하다가는 상투를 잡고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테마의 순환매 간격이 짧아지고 주가 변동 폭도 올라갔다. 방망이를 짧게 쥐며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했다.

코로나 이후 이어진 테마주의 강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KB증권은 지난 4일 ‘2022년 잭팟을 터뜨릴 테마 5선’ 리포트를 통해 “콘텐츠, 친환경, 바이오 및 메타버스·NFT 랠리는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보고서는 수소와 세포치료제, 골프, 의료기기, 우주항공 테마가 특히 유망할 것으로 분석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