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테니스 스타가 중국 최고위 지도자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폭로한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유명 테니스 선수인 펑솨이는 지난 2일(현지시간) 자신의 웨이보에 글을 올려 2007~2012년까지 중국의 장가오리(75) 전 국무원 부총리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져야만 했다고 폭로했다. 펑솨이의 폭로는 공산당 고위 간부를 상대로 한 첫 미투(Metoo·나도 당했다)였다.
펑솨이는 게시물에서 “울면서 줄곧 거부했지만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면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 자멸을 재촉하는 길이라도 진실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펑솨이의 폭로글은 게시된 지 1시간30분도 채 되지 않아 삭제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당시 여러 외신이 주목했고 여자테니스협회(WTA)의 CEO 스티브 사이먼도 “펑솨이의 주장을 검열 없이 완전하고 공정하게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폭로 이후 펑솨이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SCMP는 “펑솨이의 홍보팀에서 일했던 관계자도 펑솨이와 연락이 안 된다”면서 펑솨이의 게시물을 본 후 시도한 모든 연락이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현지 매체는 펑솨이가 연금을 당했거나 스스로 몸을 피했을 가능성을 비롯해 임신 상태인 펑솨이가 병원에 입원했을 것이라는 등 다양한 추측을 하고 있다.
전 세계 랭킹 1위였던 미국의 테니스 선수 크리스 에버트는 트위터에 “나는 펑이 14살이던 때부터 아는 사이”라며 “우리는 그를 걱정해야 한다”고 우려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그가 어디 있는지, 안전한지, 어떤 정보라도 달라”고 걱정했다.
프랑스의 프로 테니스 선수 알리제 코넷도 ‘#WhereIsPengShuai’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침묵하지 맙시다”라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펑솨이는 2013년 윔블던과 2014년 프랑스 오픈 복식에서 우승하며 여자 테니스 복식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한 테니스 스타다. 펑솨이가 폭로한 장가오리 전 부총리는 2013~2018년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의 상무위원을 지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