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끝이 의혹의 정점에 있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턱밑까지 이르렀다. 검찰은 권 회장과 함께 소위 ‘선수’로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모씨를 지난 12일 체포해 구속했다. 다른 선수 3명도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긴 상태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연루 의혹을 검찰에 고발한 것을 기점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1년 6개월 가량 진행된 수사는 권 회장과 공범 등에 대한 수사 경과에 따라 김씨 쪽으로 다가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 회장은 16일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김씨와는 어떻게 알고 지낸 사이인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검사 조주연)는 권 회장에 대해 지난 12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권 회장은 도이치모터스 대표이사이자 최대 주주로써 선수들을 동원해 회사 내부 정보를 유출하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권 회장이 2009년 11월부터 약 3년간 이씨와 증권회사 출신 김모씨 등과 결탁해 도이치모터스 주식 1599만여주(약 636억원)를 사들이고 시세조정 행위를 했다고 본다.
권 회장 등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 매집하고, 선수들의 증권사 고객 등에게 “주가가 2만원까지 무조건 간다”고 하는 등의 방식으로 불법 매수 유도 행위를 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앞서 권 회장과 공모해 주가조작 행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김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면서, 이들의 공소장에 권 회장을 ‘주가 부양 내지 하락 저지를 총괄해 주도한 사람’으로 지칭했다.
이씨는 지난달 6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돌연 잠적했다가 한 달여 뒤인 12일 검찰에 붙잡혔다. 법원이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씨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김씨에 대한 수사로 뻗어갈지 주목한다. 다만 검찰은 권 회장과 선수 3명의 혐의를 적시한 범죄 사실에서 김씨의 관여 여부는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서는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과정에서 이른바 ‘전주’ 역할 이상을 했다고 주장하며 “윤 후보와 김씨의 관여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사람과 (김씨 이름이) 같이 경찰 내사 보고서에 등장한다.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도 최근 “이 사건은 김씨 이외의 또다른 전주였던 정모씨의 내부 제보로 시작됐다”며 “과거 경찰 내사가 중단된 배경에 윤 후보가 개입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민철 구승은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