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에 “서면 질의를 보내겠다”며 연락한 상대방은 이완규 변호사였다. 이 변호사는 윤 후보의 징계처분 불복 행정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후 이 변호사와 손경식 변호사를 이 사건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법조계는 공수처가 이 변호사에게 연락해 서면 진술을 요구한 데에는 나름의 함의가 있다고 분석한다. 공수처로서는 대선 후보 관련 수사 4건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한 전 총리 사건에 국한해 윤 후보에게 직접 출석을 요구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선 유력 후보를 곧장 포토라인에 세우면 오히려 ‘정치적 이벤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그간 공개석상에서 “공수처 일정에 따라 수사를 진척시키겠다”면서도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성의 외관까지도 중시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공수처가 윤 후보 측에 보낸 질의서는 A4용지 40쪽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가 모르는 대검 간부들의 내부 의사소통 과정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대검 내부의 사정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공수처는 대검 간부 등으로부터 이미 서면 진술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의견서와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조사를 받은 조남관 전 대검 차장 등 관계인들에게 연락을 취하기 곤란하고 총장 퇴임 후 대검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모든 질문에 충실한 답변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앞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당시 소명했던 절차와 근거들을 토대로 설명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공수처는 의견서 회신 기한을 오는 22일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의견서를 검토한 뒤 소환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답변 내용에 따라 대면 조사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윤 후보 측은 최근 입건된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 의혹’ 대응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측은 징계처분 불복 행정소송 과정에서 “대검에서 근무한 검사들은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주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상 처벌할 수 있는 대상이 애초에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한편 윤 후보 측 최지우 변호사는 16일 이른바 ‘제보 사주 의혹’과 관련해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인 의견서를 공수처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