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별로 본 ‘오버행’ 리스크 [3분 국내주식]

입력 2021-11-16 17:51
국민일보 DB

‘오버행’(잠재적 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은 증권시장에서 대표적인 악재로 꼽힌다. 공모주 투자자라면 전략적투자자(SI) 등 주요 투자자들의 보호예수, 혹은 권리행사 기간을 살펴 오버행 이슈 발생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 발생이 예상된다면 시기를 가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가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면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시점에 매도 물량이 쏟아질 위험이 있다. 수익률이 최우선 가치인 사모펀드나 기관투자자로선 기대 수준을 충족했다면 차익실현을 하는 쪽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1. SK아이이테크놀로지 [361610]

전기차 배터리 소재 기업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 소식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SKIET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5.31% 내린 1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대 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 프리미어슈페리어가 주식 282만3372주(지분율 3.96%)를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고 공시한 영향을 받았다.

한 주당 처분 가격은 16만5500원. 처분금액은 4673억원 규모에 달한다. 매도 물량 출회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프리미어슈페리어의 SKIET 지분율은 8.80%에서 4.84%로 낮아졌다.

프리미어슈페리어의 의무보유 확약 기간은 6개월로 지난 11일 보호예수 조치가 해제됐다. 증권가에서는 프리미어슈페리어가 SKIET 투자로 200% 이상의 이익을 거둔 만큼 곧바로 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 전망이 실현됐다. 프리미어슈페리어뿐 아니라 전체 발행 주식의 74%가 락업이 풀리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오버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 엔씨소프트 [036570]

오버행에 대한 불안감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주가가 요동쳤던 엔씨소프트를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큰손’ 개인투자자가 사들인 주식을 대부분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매수세가 유입됐다. 전 거래일보다 6.82%(4만5000원) 오른 7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버행 우려가 해소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몰린 정황으로 볼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5일 장 마감 후 개인투자자 1명이 엔씨소프트 주식을 53만주 매도했다고 밝혔다. 그가 팔아치운 엔씨소프트 53만주는 전체 상장 주식 2195만4022주의 2.41% 규모다. 매도액은 이날 종가 66만원 기준으로 3498억원, 시초가 70만7000원 기준으로는 3747억원이다. 이 투자자는 직전 5거래일간 엔씨소프트를 53만5324주를 순매수했다. 사들였던 주식을 전날 대부분 팔아치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에도 엔씨소프트 주식을 70만3325주 사들인 개인투자자가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당시 대형주로는 이례적으로 가격제한폭(29.92%)까지 치솟았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두 ‘슈퍼개미’를 동일 인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가 상승을 이끈 투자자 한 명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오버행 우려가 커졌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이틀 동안 16% 이상 하락했다. 해당 투자자가 언제 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주가를 끌어내렸지만 오버행 관련 불확실성이 사라지며 이날 6%대 오름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15조원대의 대형주 주가를 개인투자자 한 사람이 좌지우지한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3. 데브시스터즈 [194480]

오버행 이슈 없이도 대규모 물량이 갑자기 쏟아지기도 한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때아닌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모바일게임 ‘쿠키런’을 운영하는 데브시스터즈가 그랬다. 데브시스터즈는 이날 8600원(5.78%) 내린 14만1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0%가량 13만2000원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대표이사의 지분 매각 공시가 나온 탓이다.

이지훈·김종흔 공동대표는 이날 총 44만주를 주당 13만3830원에 매도했다고 밝혔다. 매각 규모는 588억8520만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보유 주식 중 10만주를 매각해 약 133억원의 매각 차익을 챙기는 대신 지분율은 20.61%에서 19.27%로 1.34%포인트(p) 줄었다. 김 대표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34만주 행사(취득가 500원)했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 34만주를 13만3830원에 팔았다.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신주 상장 예정일은 다음달 3일이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여의도 산책. [3분 국내주식]은 동학 개미의 시선으로 국내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루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