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세 수입이 예상보다 얼마나 더 들어올지를 놓고 격화됐던 당정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더불어민주당은 “19조원”이라고 예상하면서 차이가 9조원이나 벌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기재부는 16일 “올해 초과 세수는 약 19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한발 물러섰다. 결과적으로 반나절만에 세수전망치를 9조원이나 수정한 셈이다. 정부의 주먹구구식 세수추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기재부는 이날 ‘11월 재정 동향’에서 1~9월 국세수입은 274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9조800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전 브리핑에서 추가 세수 전망치에 대해 “10조원대”라고 얼버무렸다.
정부는 코로나19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데다가 자산시장에서 세금이 많이 걷혀 초과 세수가 늘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부가 보수적으로 세수 추계를 내는 것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재부 말만 믿었다가 코로나 방역의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할 내년도 예산에 대한 정책 결정에 큰 오판을 할 뻔했다”면서 “기재부가 이렇게 많은 추가 세수를 예측하지 못하고 그 예산을 국민에게 돌려주지 못하는 것은 추궁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예상하는 추가 세수 19조원은 지난해 진도율을 토대로 10~12월 국세수입을 추산한 결과다.
이날 오전까지 지속된 당정의 추가 세수 전망치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단순히 지난해 진도율을 대입해서 초과 세수를 계산한 것 같은데, 지난해와 올해 상황은 다르다”며 “10~12월에 더 들어올 세금이 1~9월에 비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재부가 (세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무시하고 세수 전망을 수정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이며 크게 비난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기재부는 홍 부총리가 주장했던 추가 세수 10조원을 고수하다가 이날 오후 늦게 “현재 시점에서는 추경 이후 예상보다 강한 경제회복세, 자산시장 요인으로 약 19조원 규모의 초과세수가 전망된다”고 입장을 냈다. 당정 갈등을 두고 청와대에서까지 우려 목소리가 나오자 급하게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이러한 전망치는 지난주 대통령께 보고했고, 지난 15일 여당에도 설명했다”며 “일각에서 지적하는 의도적인 세수 과소 추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명료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올해 세수가 많이 걷힌 것은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호황을 보인 이유가 크다. 양도소득세가 늘면서 소득세는 9월까지 86조9000억원이 걷혀 지난해보다 21조8000억원 늘었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도 지난해보다 각각 15조1000억원, 8억8000억원이 더 걷혔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