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 오빠부대 원조’ 피아니스트 김정원, 어느새 20주년

입력 2021-11-16 16:30 수정 2021-11-16 16:38
피아니스트 김정원. 크라이스클래식 제공

“20주년 콘서트는 지나온 시간에 대한 정리를 넘어 앞으로의 20년에 대한 선전포고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중견 피아니스트 김정원(46)이 16일 서울 강남구 야마하 뮤직 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한국 데뷔 2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20주년 콘서트는 12월 1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Timeless-시간의 배’라는 타이틀로 열린다.

김정원은 15살 때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나 빈 국립음대에 최연소 입학했다. 그리고 2년 뒤 빈에서 열린 엘레나 롬브로 슈테파노프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그 부상으로 빈의 유서깊은 공연장인 뮤직페라인에서에서 빈 아카데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데뷔했다. 특히 그는 2000년 쇼팽 콩쿠르에서 결선 진출엔 실패했지만, 한국인 최초로 3차까지 올랐다. 당시 그의 탈락을 안타깝게 여긴 심사위원들의 후원으로 쇼팽 콩쿠르 우승자 초청공연에서 연주한 것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열정적인 팬들이 생겼고, 이듬해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내 데뷔 콘서트는 매진을 기록했다. 그가 ‘클래식계 오빠부대’의 원조 연주자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당시 꽁지머리로 무대에 선 것이나 팬클럽이 만들어진 것 등 국내 클래식계에는 새로운 문화였던 것 같다”면서 “그때 처음 만난 팬들도 이제 50~60대가 됐는데, 아직도 내 지방 콘서트까지 따라와 준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유럽에서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펼치던 그는 2009년 드라마 작가인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가 이듬해 경희대에서 교편을 잡게 됐다. 2017년 8년간 몸담았던 학교를 그만둔 그는 연주자로서 무대에 자주 서는 한편 청중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다양한 도전을 시작했다. 2017~2018년 네이버 V라이브 클래식 생중계 콘서트인 ‘V살롱 콘서트’와 2017~2019년 롯데콘서트홀의 마티네 콘서트 ‘김정원의 음악살롱’을 진행한 것은 대표적이다. 앞서 2006년 KBS 드라마 ‘봄의 왈츠’ OST에 참여하거나 같은 해 개봉한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특별출연 하는 등 기존 클래식 연주자로는 보기 힘든 면모를 보여줬던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대부분의 클래식 연주자들이 어릴 때부터 연습에 몰두하느라 친구랑 놀지도 못하는 등 일반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해요. 저 역시 30살이 넘어서 뒤늦게 슬럼프가 오기도 했죠. 교편을 내려놓은 뒤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었는데, 마침 진행자의 역할을 제안받아서 도전하게 됐는데요. 마이크를 들고 다른 연주자와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의외로 적성에도 맞았습니다.”

부드러운 이미지와 유려한 화술을 지닌 그는 올해부터는 아트센터 인천에서 마티네 콘서트 ‘김정원의 낭만가도’를 진행하는 등 대중 친화적인 활동에 적극적이다. 그러면서도 2017년 그가 만든 회사 ‘크라이스 클래식’을 통해 성악가 연광철 길병민, 작곡가 김택수 등의 음반을 기획하고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 연주자로서 무거운 레퍼토리를 연주할 때 끝까지 체력과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노화가 퇴보라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시간에 따른 깊이가 생기기 때문에 이전에 전달하지 못했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20주년 콘서트에는 지휘자 아드리엘 김이 이끄는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과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함께한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 요제프 바이어의 발레음악 ‘코레아의 신부’ 가운데 전주곡과 결혼식 군무가 준비됐다. 그는 “처음 20주년 콘서트를 독주회로 기획했었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각별한 후배 지휘자와 피아니스트가 함께 하는 형태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20주년을 맞아 그는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았다. 지난 1월 캐나다의 저명한 클래식 평론가인 톰 디컨이 2007년 EMI에서 발매한 그의 ‘쇼팽 에튀드’ 음반을 뒤늦게 듣고 극찬을 하면서 16년 만에 음반이 재발매 됐기 때문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