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을 향해 “앞으로는 답변 시간을 구걸하지 않겠다”며 설전을 벌였다. 지난 9월 3일 ‘임시회 퇴장’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받고 난 직후다. 오 시장과 시의원들은 현안마다 충돌하며 좀처럼 쌓은 감정의 골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 문장길 시의원은 16일 열린 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오 시장이 규정을 위반했다”며 퇴장 사건을 거론했다. 지난 임시회에서 오 시장은 시의원들이 답변 기회를 주지 않나 항의하며 일방 퇴장해 소란이 일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당시 답변을 드리려고 하는데 (시의원이) 일방적으로 사실관계와 다른 질문성 주장을 하고, 답변 기회도 주지 않으면 불공평하지 않나”라며 “앞으로는 굳이 답변 시간을 달라고 구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 시의원이 “구걸이라니요”라며 반발하자 오 시장은 “저는 그럼 심정이었다”고 맞섰다. 이어 “이 자리가 시정 질문이라고 되어 있지만, 질의·답변하는 과정에서 시민에게 정책을 이해시켜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문 시의원이 거듭 사과를 요구하자 오 시장은 “한 번 정도는 그런 (항의하는) 입장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후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씀드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산하 기관장 인사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도를 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 시장은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동의해주지 못하는 건 미루어 짐작이 가지만 과거와 달라진 게 있다”며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이 보통 7명인데 3명이 시의회 추천, 2명이 시장 추천이고, 나머지 2명은 기관에 이미 임명돼 활동하는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가 봐도 제 의도대로 이심전심해 주실 분들보다는 냉혹하게 평가하는 임추위 숫자가 다수”라며 “그런 상황을 통과해 기관장으로 취임했다면 혹독한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시의회의 반대에도 전날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을 임명한 데 대한 설명으로 해석된다.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서울런’에 대해서는 저조한 학생 참여와 학습 진도율, 과도한 광고비 지출, 대학생 멘토의 이탈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오 시장은 “아직 사업 초기인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으나 제대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하자 “답변 기회를 얻기가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시정 질문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또다시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