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상으로나마 처음 성사된 정상회담을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한국시간으로 16일 오전 9시45분인 정상회담 시작 시간은 중국 베이징에서 오전 8시45분, 미국 워싱턴 DC에서 15일 오후 7시45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전산망으로 연결한 모니터에 시 주석이 등장하자 이를 드러낼 만큼 밝게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 인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엔 우리가 중국을 여행할 때 그랬던 것처럼 얼굴을 맞대기를 희망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 시절부터 수년에 걸쳐 서로 이야기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에 응한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을 “나의 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하지만 첫인사에서 밝은 표정을 지은 바이든 대통령과 다르게 시 주석은 오른손을 들어 인사하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루즈벨트룸 테이블 상석에 앉고 주변에 참모를 배석해 비교적 편안한 태도로 임한 반면, 시 주석은 기자회견을 하듯 긴 탁자를 놓고 양쪽으로 참모진을 앉혀 상대적으로 경직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정상은 모두발언에서 양국 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언중유골(言中有骨)을 곳곳에 숨겨 신경전을 펼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로서 책임이란 양국 관계가 공개적인 충돌로 바뀌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상식의 가드레일이 필요하다”며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에 대한 책임이 있다. 모든 나라가 ‘같은 도로의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인권과 경제 문제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까지 우리가 관심을 가진 영역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진 영역’이란 말 속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홍콩, 신장위구르자치구 현안이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서로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고 협력해 ‘윈윈’(win-win·동반 상승)해야 한다”는 말로 중국에 대한 존중을 역설하며 미국의 개입을 은근하게 경계했다. 두 정상 간 회담에서 공개 발언은 통역을 포함해 10분가량 진행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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