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병에 독극물을 넣어 회사 동료를 숨지게 한 혐의(살인·살인미수)를 받는 서초구 풍력발전업체 직원 강모(35·사망)씨의 범행 동기는 인사 발령 불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숨진 강씨가 인사 발령 가능성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고 16일 밝혔다. 강씨는 동료 직원 3명을 특정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이중 두 건은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 휴대전화, 통신내용, 태블릿PC 등을 조사했을 때 공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만큼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강씨는 경남 사천 본사에서 근무하다 2~3년쯤 서울로 발령 받아 상경했다. 경찰은 회사 직원들로부터 강씨가 팀장인 A씨(44)에게 업무상 질책을 받는 과정에서 사천 본사로 발령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씨는 지난달 18일 사무실에서 생수 병에 든 물을 마시고 쓰러진 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끝내 숨졌다. 같은 날 생수를 먹고 쓰러졌던 여성 직원 B씨(35)는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의식을 되찾고 퇴원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B씨의 경우 나이도 같은데 자신에게 일을 많이 시키고 부려먹는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가 남긴 메모에는 B씨에 대한 원망 및 일과 관련된 불만이 적혀있었다.
사건 2주 전쯤 직원 C씨가 음료를 마신 뒤 쓰러졌던 일도 강씨의 계획 범행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강씨와 과거 1년간 룸메이트를 했던 사이로 과장 직급이라 대리인 강씨보다 상급자였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C씨가 자신과 친한 사이였는데, 팀장과의 중간에서 이런 일(사천 발령)이 있으면 막아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피해자 세 사람의 생사 여부가 갈린 이유는 독극물 양의 차이로 봤다. 실제 숨진 A씨의 혈액에서는 국과수 부검 결과 독성 물질인 아지드화나트륨이 검출됐지만, B씨의 혈액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