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한 열성 지지자의 글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최근 공유하며 이번 대선의 승리를 더욱 분발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복수의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후보는 선대위 소속 의원들의 한 단체 SNS 대화방에 강원도 원주에 사는 지지자 강모씨의 글을 15일 공유했다. 강씨는 이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지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나는 왜 이재명을 외눈박이로 보아왔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지인들을 언급하며 “안티 이재명의 제일 많은 이유는 역시나 부도덕하고 과격해서 불안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씨는 그러면서 “선대위는 원팀이 되었는지 몰라도 아직 이격거리를 좁히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데, 특이한 점은 대부분 그런 얘기를 하면서 스스로 안타깝다고 말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강씨는 “선거에서 제일 큰 무기는 내가 권하는 제품이 가진 탁월한 상품성에 있는데, 상품성에 자신이 있어야 어떤 선거운동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과 어깃장에도 담담하게 설득할 수 있는 끈기와 너그러움에 샘솟는다”며 “나도 그렇고,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도 지금 그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찍기는 찍어야겠는데 선뜻 내키지 않는다거나 옆 사람을 설득할 열정까지는 자신이 없다는 사람들이 실제로 상당히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이 후보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달라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어떤 사람을 판단할 때 그가 살아온 길을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며 “이재명은 가난했고, 그 가난 때문에 소년공으로 살아야 했고, 팔을 다쳤고, 멸시와 편견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것이 팩트다. 어쩌면 성공한 전태일이 살아서 우리 곁에 온 것일 텐데 왜 (그를 지지하기를) 주저하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강씨는 “나는 무관심과 무지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위험한 것인지를 각성하며 이제야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대장동 국감에서 그는 매우 영리한 사람임을 확인했고, 관훈토론회를 통해 그는 과격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은 매우 논리적이고 전략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연애도 썸타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번 대선은 특이하게 사귀기로 결정하고 썸을 타는 특이한 선거”라며 “진도도 나가야 하지만 틈틈이 썸도 타야 한다”고 글을 맺었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선대위 역할 등을 놓고 최근 고민이 많았다”면서 “조직은 큰데 모든 이슈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후보 본인도 최근 기회가 될 때마다 선대위의 적극적인 역할을 직간접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전날 중앙당 선대위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께서 민주당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확보해주셨는지, 지금 그 높은 기대가 실망으로 변질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제가 느끼기엔 기민함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야 할 일들에 더 민감하고 신속하게 반응하고, 작은 결과라도 만들어주길 (국민이) 바라고 계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선대위에 국회의원이 160명 넘게 참여하고 있지만, 책임감을 느끼고 일하는 사람은 극소수”라며 “이 후보도 그런 부분에 대해 아쉬움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재현 안규영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