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문재인정부 거리두기’ 전략을 가리켜 “영리한 선택이긴 한데, 문제는 친문 지지자들이 과연 이를 용인할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이 후보가 처한 ‘딜레마’ 상황을 짚어냈다.
진 전 교수는 16일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의 최근 행보를 두고 “슬슬 문재인(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듯”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최근 이 후보가 정부의 지역 화폐 예산 삭감과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따뜻한 방 안 책상에서 현장 감각 없이 의사 결정을 했다”고 질타하는 등 현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포석을 짚은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이재명(후보)은 자기 팬덤이 없거나 있어도 미미하다”며 “이재명 지지자는 관성적인 민주당 지지자에 문프(문재인 프린스의 줄임말)를 지키려면 그래도 이재명 찍는 수밖에 없다고 믿는 문 팬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 지지자들을 가리켜 “팬덤이라기보다는 운동권 이익공동체의 성격이 농후하다”며 “그러니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를 공격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문 팬덤이 문 대통령에 대한 이재명의 공격을 용인해줄 만큼 유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래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는 현 정부 방침과 달리 전국민재난지원금을 추가 지급하자며 당청을 압박하고 있고, 청년 문제에 대해서도 “절실했는지 깊이 반성한다”며 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의 행보를 두고 문재인정부와 거리두기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남성을 역차별한다’는 취지의 글을 선대위 회의에 공유하고 읽어볼 것을 권유해 논란이 일었던 적도 있다. 이 글은 “2030 남자들이 홍준표를 지지한 이유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에서 시작됐다. 각종 페미 정책이 시작이었고 다음으로는 부동산 폭등이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후보 측은 논란에 대해 반페미니즘 주장에 동의한다는 게 아니라 20, 30대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진 전 교수는 “이재명을 싫어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후보로서 치명적 결함 때문에 (이 후보가) 선거에서 필패할 것이며 그 결과 문 대통령을 지켜줄 수 없다고 믿는다”며 “그중 일부는 이재명이야말로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제일 먼저 문 대통령을 칠 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섣불리 대통령을 공격했다가는 지금 있는 지지자들마저 이 그룹에 합류시킬 수 있다”며 “그러니 지금 외줄을 타는 느낌일 것이다. 그렇다고 정권과 선 긋기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며 이 후보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정리했다.
더 나아가 진 전 교수는 “아직은 문 대통령 지지도가 이재명 지지도보다 높다”며 “지지율 역전이 일어난다면 부담 없이 청와대를 공격하겠지만,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은 상황이라 청와대를 공격했다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듯”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런 정치 공학보다 중요한 것은 그를 극도로 불신하는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어내는 일”이라며 “이를 위해선 특검을 수용해 어떤 식으로든 대장동 (의혹)부터 털어내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또 “진솔한 사과와 반성이 필요한데, 여전히 언론 탓을 하는 걸 보면, 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