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실에서 회의하던 중 갑자기 떨어진 옷장에 목을 맞아 하반신 마비가 된 급식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피해자의 남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경기도교육청의 사과를 요구했다.
고용노동부 경기고용노동지청은 최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 급식 근로자 A씨(52·여)가 지난 6월 크게 다친 사고와 관련해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일어난 것으로 판단했다고 연합뉴스가 15일 보도했다. 고용부는 이번 주 중 검찰에 수사지휘를 건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고 발생 후 현장조사 등을 거쳐 볼트를 얕게 박아서 벽에 부착된 옷장이 떨어진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업주에 해당하는 교장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 고교는 교장 명의로 옷장 설치 업체와 계약했다고 고용부는 전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경기학비노조) 등에 따르면 6월 7일 오전 9시15분쯤 화성시의 한 고교 급식실 휴게실에서 벽에 달린 옷장이 무너지며 바닥에 앉아 있던 조리 실무사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4명이 다쳤으며 그중 A씨는 척추를 다치는 중상을 입어 하반신이 마비됐다.
노조 측은 최소한의 공간도 확보되지 않은 비좁은 휴게실로 인해 옷장을 벽면에 설치하면서 발생한 산업재해라고 주장했다. 경기학비노조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휴게실 서랍장을 지탱한 유일한 부속품은 짧은 나사못으로, ㄱ자 받침 없이 위태롭게 설치돼 있었다”며 “이는 다른 학교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야외 공사장이 아닌 휴게실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배 영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쉬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영양교사가 아침 회의를 위해 근로자들을 휴게실로 소집한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근로 장소에서 근로 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남편 B씨는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경기도교육청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다.
B씨는 ‘저는 화성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교직원의 남편입니다’라는 글에서 “경기도교육청은 5개월이 지나도록 공식 사과는 물론 최소한의 위로조차 없이 오히려 ‘산재 사건이 날 때마다 교육감이 건건이 사과해야 하냐’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다”고 토로했다.
그는 “직원이 일하다 사고가 나서 중대재해를 입으면 사과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며 “아무리 악덕 기업이라 해도 명백한 산재사고를 당한 직원에게 이렇게 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B씨는 “위로와 사과는 물론 최소한 병원비 걱정은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라며 “간병비(일부만 산재적용)가 월 300만원 이상에 달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아내는 수술 후 5개월째 24시간 간병인이 있어야 한다. 하반신이 마비된 것은 물론 젓가락질도 못할 정도로 온몸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B씨는 “특히 4명이 다치고 그중 1명은 하반신 마비라는 치명적 부상을 당했음에도 현행 ‘중대재해 처벌법’에 따르면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2명 이상이 3개월 이상의 치료를 받아야만 중대재해로 인정된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평생을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사고임에도 1명만 다쳤기 때문에 중대재해가 아니고 사업주를 처벌할 수도 없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끝으로 B씨는 “이제는 더 기다릴 수 없다. 5개월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이 일에 정부가 나서 달라”며 교육청의 공식 사과, 책임 있는 보상조치, 피해자에 대한 대책 마련, 현행 중대재해 처벌법의 중대재해 규정 개정 등을 촉구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