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더 추운 백사마을, 17일 추수감사제 연다

입력 2021-11-16 10:18
서울 노원구 불암산 자락 백사마을에 있는 연탄교회 앞에서 지난 9월 교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탄은행 제공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이 17일 오전 11시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연탄교회에서 지역 어르신과 함께 추수 감사제를 드린다.

연탄교회는 이날 주민과 사랑의 쌀과 팥 시루떡을 나눈다. ‘코로나 속 우리들의 감사’를 주제로 백사마을 주민 2명의 감사 간증도 이어진다. 주로 파지 수거와 길에서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주민들은 이날 추수 감사 예물도 드리며 받은 사랑을 나눈다.

허기복 목사는 1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연탄교회 교인들은 가난하지만, 타자를 위하는 신앙공동체로 백사마을의 구심점이 돼 왔다”며 “2016년 ‘이웃과 함께하는 마을잔치’를 시작으로 푸르메재단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1000원의 기적’ 캠페인, 키르기스스탄 새언약교회 예배당 건축 기금 헌금 등 쉬지 않고 이웃을 도왔다”고 말했다. 허 목사는 “올 추수 감사제에 모은 헌금도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사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산동네 중 하나로 1960년대 남대문과 청계천 등 서울 도심 철거민이 이주해 조성된 마을이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도심 오지로 70~80대가 대부분인 주민들은 연탄 없이 겨울을 날 수 없다.

마을의 구심점인 연탄교회는 2015년 설립됐다. 교회의 모태는 2004년 12월 문을 연 서울연탄은행이다. 백사마을 주민의 친구인 서울연탄은행은 그동안 비타민목욕탕과 신나는지역아동센터 등을 통해 마을 목회를 실천해 왔다.

백사마을의 이번 겨울은 더 추울 것으로 보인다.

연탄 은행 조사 결과 지난 9~10월 연탄 후원은 12만 장에 그쳤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후원 연탄이 35만 장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연탄을 집마다 배달하던 봉사자도 1200명 넘게 찾았지만, 올해는 4분의 1로 줄었다. 백사마을의 집마다 배달되던 연탄이 줄어드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허 목사는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가구는 전국 8만1721가구에 달하고 이중 기초생활수급 대상 가정이 84.2%”라며 “백사마을은 모든 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대부분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더 큰 관심이 필요하지만 올 겨울은 여느 때보다 더 추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월수입이 30만 원 미만인 주민이 많은데 노인성 질환으로 약봉지를 다들 달고 다니신다”며 “극심한 가난에도 기죽지 않고 주님 사랑 안에서 기쁨을 나누며 사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오히려 희망을 꿈꾼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