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현명하고 용감하다’라는 뜻을 지닌 ‘지영’이에요.”
미국판 뽀뽀뽀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52년 만에 최초로 한국계 캐릭터가 데뷔했다.
AP통신은 미국의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오는 25일 추수감사절 첫 한국계 미국인 ‘지영’이가 정식으로 소개될 것이라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영’이는 HBO맥스에서 방영되는 세서미 스트리트 스페셜 에피소드에 첫 등장할 예정이다.
‘지영’의 퍼피티어(인형을 조종하는 사람) 역시 한국계 미국인 캐슬린 김(41)이다. 그는 지영의 연기자일 뿐만 아니라 지영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슬린 김은 AP통신에 “아시아계 미국인은 ‘아시아인’이란 단일체로 묶어버리는 것을 경험한다”면서 “‘지영’이 범아시아계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경계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 한국계 미국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애틀랜타 총기 사건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었는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인종차별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다”고 전했다.
‘세서미 스트레트’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어린이들에게 ‘지영’을 통해 훌륭한 ‘업스탠더(upstander)’가 되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업스탠더’는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만들어진 단어로, 다수가 침묵할 때 앞장서 행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에 대해 세서미 스트리트 제작에 관여하는 비영리기구 ‘세서미 워크숍을 위한 창조와 생산’의 케이 윌슨 스털링스 부회장은 “피부색과 언어, 출신 등에 바탕을 둔 부정적 행동이나 말, 명백한 잘못 등을 지적하는 것이야말로 업스탠더가 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는 흑인, 히스패닉에 이어 자폐아·노숙 아동까지 등장시켜 아이들에게 다양성의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번 한국계 미국인 캐릭터의 등장은 1969년 방송 시작 후 처음이다.
박채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