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홍성무대 단원들이 14일 충남 홍성군 광천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ㅅㄹㅇ ㅍㅎㅇ! 사람이 평화여! - 이응노(1904~1989) 이야기’(조정희 작, 전인섭 연출)를 공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연은 충청남도와 홍성군, 충남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이 후원했다.
조정희 작가는 “사랑이 평화라는 그의 외침이 널리 울려 퍼지기를 소망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룬 평화가 이 땅에 영원하길 기원한다”고 했다.
근대 한국화의 거장인 고암 이응로가 고향을 떠나 상경한 것은 19세 때다.
그는 서울에서 미술학원과 여러 스승을 찾아다니며 사군자와 산수화를 배우고, 제10회 조선미전에 출품한 '청죽'이 특선하며 이름을 알렸다.
나라 밖에서 더 사랑을 받았다. 일본에서 마쓰바야시 게이게쓰 문하에서 서양화와 동양화를 뒤섞은 작품으로 주목 받고,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갔다.
파리 세르누시 미술관과 합작으로 파리동양미술학교를 여는 한편 그림은 반추상과 문자추상으로 새 경지를 열며 화사하게 꽃피웠다.
그는 예술가로는 성공했지만 평지풍파의 운명을 피하지는 못했다.
1967년 파리에서 유인돼 중앙정보부 지하실로 끌려가 고문 받고 간첩 혐의로 2년 반 동안 옥고를 치렀다.
북한 공작원의 꾐으로 납북된 아들을 만나려 동베를린 북한 대사관을 찾았다가 '동백림 간첩 사건'에 엮였다.
1977년에는 배우 윤정희 부부 납치 미수에 얽히며 그에게 공산주의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따돌림을 받고 내쳐지면서 국내 화단에서 설 자리가 없던 그는 결국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프랑스 귀화라는 도주선을 탔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