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15일(현지시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종전선언이 이를 위한 좋은 방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차관은 이날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공동 주최의 한·미 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불완전한 평화 상태에서 전쟁 공포 없이 일상을 누리도록 하는 게 한국 정부의 책무”라며 “우리의 초점은 대북 관여를 위한 지속적인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환상을 갖고 본적이 없다. 고되고 고통스러운 것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북한은 의심하거나 주저하고픈 마음이 들 수도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평양이 계속 관여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 수 있는 것에 대한 분명한 그림을 제시함으로써 북한에 ‘최선의 선택은 프로세스를 이어나가는 것’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한·미 동맹의 강력한 조정과 협력으로 북한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다”며 “종전선언이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좋은 티켓”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 정부는 종전을 통해 비핵화에서 불가역적 진전을 만들고 비정상적으로 긴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시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긍정적으로 화답할 것인지에 대해선 “예측하기 어렵다.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최 차관은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의 새 질서를 만들어가는 입구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다”고 말했다. 또 종전선언에 대해 “한국 외에 누가 그런 담대한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수 있겠느냐”며 “평화체제는 남북 간 정치관계, 군사적 신뢰구축, 경제·사회 교류 등 한반도 미래를 규정하는 일련의 규범과 원칙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했다.
최 차관은 다만 “문재인정부가 6개월가량 남았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8년 관계 개선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경험을 언급하며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미·중 경쟁 속에서 중국과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미·중 경쟁 사이에 처한 한국의 입장을 묻자 “우리는 한반도 평화 구조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고, 분명히 미국의 지지와 지원, 동의와 협의 없이는 할 수 없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중국과의 파트너십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동맹이고,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다. 한·중 간 무역 규모가 한·미, 한·일 간 무역량을 합친 것보다 크다.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