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2차 피해로 괴로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고(故) 이예람 중사가 숨졌을 즈음 또 다른 공군 여성 부사관이 비슷한 피해를 겪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해당 사건을 ‘스트레스성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 짓고 유족에게도 강제추행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A하사가 지난 5월 11일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센터는 유족과 함께 공군 사건기록을 확인한 결과 A하사는 죽기 전 상급자인 B준위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것으로 나와있다고 주장했다.
B준위는 지난 3∼4월 부대 상황실에서 2차례 피해자의 볼을 잡아당기고, A하사의 숙소에 방문하거나 업무와 무관한 문자메시지도 자주 보냈다고 한다. B준위 역시 군 수사과정에서 이를 직접 진술했다. B준위는 사건 당일에도 A하사가 출근하지 않자 숙소로 찾아가 방범창을 뜯고 내부로 진입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센터 측은 공군 군사경찰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B준위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당시 군사경찰은 A하사 사망 원인을 ‘보직 변경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추정하고, B준위를 공동재물손괴, 공동주거침입 등 혐의로만 기소했다.
이에 유족이 재수사를 요청하며 변사사건 수사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한 뒤에야 공군본부 보통검찰부는 B준위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센터는 특히 A하사 사망이 이예람 중사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공군 상급부대에서 이 사건을 인지하고도, 국민 관심이 군 성폭력 이슈에서 멀어질 때쯤 사망과 강제추행이 연결돼있다는 것이 티나지 않도록 별도 기소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공군 측은 “강제추행 등 사망 원인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했으며,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순직이 충분히 인정돼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입장을 냈다. 또 “강제추행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수사를 진행했으며 지난달 14일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장군 김성훈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