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6% 이상’ 맞추려…중국에선 때아닌 ‘건설 붐’

입력 2021-11-15 17:42
지난달 18일 한 남성이 중국 베이징에 있는 상업지구에서 가동 중인 크레인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남부의 광시좡족자치구는 지난주 1859억 위안(34조3468억원)이 투입되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교통, 물류, 신재생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서 사회 기반 시설을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북서부에 위치한 산시성 시안에서도 최근 투자 금액이 650억 위안(12조원)에 달하는 전력망 건설 공사가 시작됐다. 후베이성은 총 4520억 위안 규모의 805개 건설 사업 출범식을 열었다.

15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와 온라인 매체 펑파이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중국 전역에서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내외 압박에 직면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 지원을 늘리면서 인프라 건설에 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건설 붐을 유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저효과에 힘입어 1분기 18.3%까지 치솟았다가 2분기 7.9%, 3분기 4.9%로 떨어졌다. 1년 만에 최저치다. 부동산 시장 규제, 전력난, 코로나19 확산 등 내부 불안 요인에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면서 경기 둔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자 중국 당국은 결국 돈을 풀어서라도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0% 이상’으로 제시한 상태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달 지방정부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이 8월 이후 가속화됐고 11월 말 이전에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덩신 우한대 금융증권연구소 소장은 글로벌타임스에 “올해 하반기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며 “4분기 다양한 인프라 건설에 착수하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완만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와 무역은 세계 경기 회복을 이끄는 엔진으로 계속 작동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10월 주요 경제 지표는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 1~2월 35.1%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급격히 둔화해 9월에는 3.1%까지 떨어졌다. 주요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를 집계한 산업생산은 통상 국내총생산(GDP)의 선행 지표로 꼽힌다. 다만 올해 전체를 놓고 보면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여전히 낮은 상태여서 경기 침체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소비 활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 증가율은 4.9%를 기록해 전달(4.4%)보다 조금 높게 나타났다. 올해 1~10월 인프라 투자를 반영한 고정자산 투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국민 경제는 안정적인 회복세를 이어가며 강한 활력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