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야생 사슴 30% 코로나 양성”…재전파 우려

입력 2021-11-16 00:01
흰꼬리사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신화뉴시스

미국의 한 주립대 연구팀이 야생 사슴 무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바이러스 재전파 가능성을 우려하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4일(현지시간) 미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수의학 연구팀은 아이오와주 흰꼬리사슴 무리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조사한 흰꼬리사슴의 최소 30%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미 북동부와 중서부 사슴 개체수의 약 40%가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지난 8월 미 농무부(USDA) 연구에 이어 야생 사슴 무리 내 코로나 확산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아이오와주에서 조사한 흰꼬리사슴 280마리 중 33%가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였다. 오하이오주에서는 흰꼬리사슴 360마리 중 36%가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 연구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슴으로 전파됐으며, 사슴에서 사슴으로 전염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수의학 미생물학자 비벡 카퍼는 “거의 300마리에 달하는 사슴의 림프절에서 코로나 양성 사례가 발견됐는데 놀라울 따름”이라며 “조사한 사슴들은 야생에서 생활하거나 사냥꾼이 식용 목적으로 수렵한, 또는 로드킬을 당한 개체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대학 수의학 바이러스학자 수레시 커크푸디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 외에 다른 동물 숙주를 찾는다면 바이러스를 퇴치하고 통제하는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질 수 있다”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사전 예방적 조치를 하려면 숙주 역할을 할 수 있는 동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사슴 무리 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우려를 표했다. 코넬 대학의 바이러스학자 디에고 다이엘은 “사슴이 바이러스 숙주인지,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지만, 사슴 무리 내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실제 질병을 일으킨다”며 “바이러스가 동물에 의해 광범위하게 운반될 가능성이 있다. 바이러스를 통제하기가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하이오 주립대의 바이러스학자 린다 사이프는 “사슴에서 사람으로의 재전파 가능성은 아직 모르는 일”이라면서도 “재전파 가능성이 있거나 다른 가축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면 분명 우려할 부분”이라고 했다.

매체는 지난 8월 USDA 연구에 이어 흰꼬리사슴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미 전역에 있는 3000만 마리의 야생 사슴이 숙주 역할을 할 수 있어 걱정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워싱턴대 피터 라비노위츠 박사는 USA투데이에 “당장 걱정할 이유는 없지만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감염될 수 있는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처럼 잠재적으로 감염될 수 있는 일부 동물과도 거리를 두는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