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혼자가 아냐”…영화로 찾아온 ‘디어 에반 핸슨’

입력 2021-11-15 17:08 수정 2021-11-16 10:34
영화 '디어 에반 핸슨'에서 주인공 에반(벤 플랫, 오른쪽)이 친구 코너의 동생이자 자신이 좋아하는 여학생 조이(케이틀린 디버)와 함께 사과 농장을 걷고 있다.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모두 비밀을 잘 감추고 산다고 그게 무겁지 않은 건 아니야.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완멱하게 꾸며진 가면 속에 살지.”

고등학생 에반(벤 플랫)은 사회 불안 장애를 앓고 있다. 의사의 권유로 매일 자기 자신에게 ‘디어 에반 핸슨’으로 시작하는 편지를 쓴다. 어느날, 편지에 자신이 좋아하던 여학생 조이(케이틀린 디버)에 대해 쓴 에반은 조이의 오빠이자 동급생인 코너(콜튼 라이언)에게 이를 들키고, 코너는 에반의 편지를 빼앗는다.

며칠 후 에반은 코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코너의 부모님은 아들의 유일한 소지품이었던 편지가 친구에게 남긴 유서라고 오해한다. 코너의 부모님을 실망시킬 수 없었던 에반은 코너와의 추억을 지어내고,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던 코너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학교 친구들은 연대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다.

줄리안 무어(오른쪽)는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 에반을 홀로 키우는 어머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영화는 아파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경쟁 사회에 지친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위로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어느 때보다 연결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고립돼 있다는 걸 강조한다. 에반과 코너는 실제로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가 아니었지만 또래 집단의 따돌림과 소외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동아리 활동과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친구 알라나(아만들라 스탠버그)조차 신경안정제를 먹는다는 사실을 고백했을 때, 서로 자신이 무슨 약을 먹는지 털어놓을 때, 에반은 겉으로 괜찮아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영화 ‘디어 에반 핸슨’은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2017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뮤지컬은 제71회 토니상 6관왕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라라랜드’와 ‘위대한 쇼맨’,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사운드트랙을 맡은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참여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뮤지컬에서 에반 역을 맡은 배우 벤 플랫이 영화에서도 주인공 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연기, 수준 높은 가창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뮤지컬의 팬이라면 무대에선 가까이 볼 수 없었던 플랫의 표정 연기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아들의 자살 후 에반을 만나 위로를 얻는 코너의 엄마 신시아(에이미 아담스, 오른쪽).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코너 역의 콜튼 라이언은 뮤지컬 무대에서 플랫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에반 코너가 함께 부르는 곡 ‘친애하는 내가(Sincerely, Me)’는 뮤지컬 무대를 극장으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자칫 식상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에이미 아담스, 줄리언 무어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의 연기가 잘 버무려져 관객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뮤지컬 영화로 재탄생했다. 17일 개봉.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