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장애 아들 간병 지쳐…40대 가장의 비극적 선택

입력 2021-11-15 16:38 수정 2021-11-15 16:40

40대 가장이 우울증을 앓은 노모와 장애가 있는 자식을 돌보다 힘에 부쳐 일가족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서에는 ‘자식과 노모 부양이 너무 힘겹다’는 내용이 담겼다.

15일 전남 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 8분께 담양군 한 업체 주차장에서 A씨(48)와 그의 어머니 B씨(80), 그의 아들 C군(13)이 숨진 채 발견됐다.

B씨와 C군은 차 안에서 발견됐다. A씨는 주차장 인근에서 발견됐다. 이 주차장은 미완공 상태로 인적이 드문 곳이다.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가족에게 ‘우울증을 겪는 어머니와 장애가 있는 자녀를 돌보는 것이 버겁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A씨 가족을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광주 북구에 사는 A씨의 모친은 1년 전 큰 아들의 사망으로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이에 인천에 살던 A씨가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A씨는 어머니의 병간호뿐만 아니라 장애가 있는 아들도 돌봐야 했다. 더군다나 A씨는 아들을 돌보면서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경찰은 A씨가 지난 13일 아들과 함께 어머니의 집을 방문했다가 다음 날 형이 생전에 운영하던 업체 인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노모와 아들의 사인을 확인한 뒤 공소권 없음 등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