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 인도네시아 미납금 ‘팜유’ 등으로 받나…‘현물대납’ 리스크

입력 2021-11-15 16:24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차세대전투기인 KF-21(인도네시아명 IF-X) 사업 분담금 문제에 합의하면서 공동개발을 이어가기로 했다.

분담금 일부를 현물로 받는 것으로 2년 10개월 간의 협상이 일단락됐지만 8000억원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측의 미납액 납부 일정은 향후 협상 과제로 남았다.

인도네시아는 당초 8조8000억원인 총사업비의 20%에 해당하는 1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시제기 1대와 관련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

이후 자국에서 전투기 48대를 생산할 때까지 우리가 지원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2017년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분담금 감액과 납부 기간 연장을 요구해오면서 우리 측은 골머리를 앓아왔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지난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양국이 가진 제6차 실무협의 결과와 관련해 15일 “인도네시아 측의 분담금 비율과 납부 기간을 기존 계약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동개발 정상화를 이루고 수출시장을 함께 개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양국에 ‘윈윈’인 협상”이라고 자평했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분담금의 30%를 현물로 납부하기로 했다. 약 5000억여원에 이르는 규모다. 품목과 수량 등 세부사항은 추후 협의할 예정이지만 석탄 석유 등 천연자원, 원자재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물대납 방식을 놓고 협상 주도권을 인도네시아 측에 넘긴 후퇴한 합의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한 국방·안보 관련 기업 관계자는 “필요한 품목을 필요한 만큼 수입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는데 정부가 어떤 품목을 받아오겠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화물 선적과 수입량 유통·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우려를 의식해 “인도네시아가 많이 생산하는 팜유를 받아서 국내에 팔지 않고 기업을 통해 바로 해외에 파는 방법도 있다”며 “우리가 손해 보는 협상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방위사업청과 인도네시아 국방부의 한국형 전투기(KF-21) 사업 실무협의에서 강은호(왼쪽 네 번째) 방사청장과 관계자들이 최종 합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사청 제공

양국은 인도네시아 측의 분담금 납부 기간을 기존 2016년부터 2026년까지로 유지한다고 합의했지만 8000억원에 달하는 미납금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납부할 지도 불투명하다.

인도네시아는 현재까지 2272억원만 우리 측에 전달한 상태다. 방사청 측은 “인도네시아와는 방산 분야에 신뢰 관계가 있어 연말쯤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지 코로나19 확산으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미납액을 한 번에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방사청은 미납액과 향후 납부액을 포함한 연도별 분담금 납부액에 대해선 내년 1분기 중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인도네시아 국방부 사이에 비용분담계약서를 수정해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방사청 측은 KF-21의 총사업비가 방산물자 지정에 따라 기존 5000억원가량 줄면서 인도네시아 분담금도 1000억원가량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방산물자로 지정되면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도 돼 그만큼 사업비가 줄어든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는 올해 안에 4호기까지 나올 것이라고 방사청은 밝혔다. 시제기는 내년 초도 비행시험을 거친 뒤 2026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