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내년 예산안 편성을 두고 “재정기준과 원칙을 최대한 견지하라”면서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매지 말라는 옛말을 유념해달라”며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문구만으로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역화폐 사업 예산을 삭감한 기재부를 겨냥해 “따뜻한 방안의 책상에서 정책 결정을 한다”며 “현장에선 정말로 멀게 느껴진다”고 비판한 뒤 나온 말이라 이 후보와 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이 법정기한인 내달 2일까지 통과되도록 대응하되, 재정기준과 원칙을 최대한 견지하라”고 강조했다. 이번 주부터 국회 예산소위 조세소위, 법안소위 등에 철저하게 대응하라는 취지의 지시였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전 국민의 방역지원금 지급을 위해 예산안 증액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재차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대신 홍 부총리는 “금년도 초과 세수 등을 활용한 손실보상 비대상업종에 대한 맞춤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달라”며 “단계적 일상회복과 연계해 내수활력 제고 및 소상공인 등 피해계층 지원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손실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홍 부총리의 발언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건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매지 말라”는 말이었다. 홍 부총리는 “(이런) 옛말과 같이 전 직원 모두 행여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작은 언행도 없도록 각별히 유념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이 각별히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앞서 이 후보는 이날 오전 홍 부총리와 기재부를 향해 “현장을 찾아보고, 현장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현장에서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해주길 권유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존재하는데 국민이 낸 세금과 권한으로 다수가 고통을 받는데 현장 감각 없이 필요 예산을 삭감하는 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기재부를 성토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