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의 가격 상승 폭 증가세가 6개월 만에 일단 멈췄다. 5개월 만에 두 배로 뛸 만큼 가팔랐던 상승흐름이 일단 둔화했다. 다만, 집값이 고공행진이라는 사실은 변함 없다. 지난달 아파트 ‘거래절벽’ 상황은 이어지고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꺾이면서 일부에선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 상승이 둔화한 사이 연립주택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아파트’에서 ‘연립주택’으로 과열현상이 이동한 것이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71%로 전월(0.72%) 수준을 유지했다. 서울 집값은 지난 4월 이후 6개월간 이어왔던 가파른 상승세를 일단 멈췄다. 하지만 10월 들어 집값이 다소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달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은 여전히 지난 4월(0.35%)의 두 배가 넘는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의 집값 둔화 속도는 예상보다 더뎠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83%를 기록했다. 전월(0.90%)에 이어 두 달 연속 둔화한 셈이지만, 4월(0.43%)보다 훨씬 높다. 시장에서는 이런 둔화 흐름이 추세로 굳어질 가능성을 낮게 본다.
여기에다 아파트 대체재인 연립주택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에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55%였다. 4월(0.20%)과 비교하면 크게 올랐다. 서울 일대 재정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투자가 몰린 탓도 있지만, 너무 올라버린 아파트 대신 연립주택이 실수요자의 시선을 받은 탓도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의 여파가 연립주택으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지역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4151건, 지난달은 3516건(15일 기준)으로 아파트(9월 2697건, 10월 1911건) 거래량을 크게 앞질렀다. 연립주택 가격 상승은 수도권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천(0.73%)과 경기도(0.57%)에선 전국 평균(0.51%)을 웃돌았다. 다만 경기도는 전월(0.85%)의 높은 상승세에서 조정을 받는 중이다.
지방을 비롯한 전국의 집값 둔화 추세는 비교적 뚜렷해졌다.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88%로 전월(0.92%)에 이어 두 달 연속 축소됐다. 집값 상승세가 일단 둔화한 배경에는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가 있다.
대출 규제는 임대차 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전세대출이 여의치 않을 것을 우려해 월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할 수 있다. 전셋값 상승 폭이 다소 둔화한 대신 월세 상승세는 두드러졌다. 지난달에 서울 주택종합 전세가격지수는 0.48%로 전월(0.54%)보다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이 기간에 상승률이 0.68%에서 0.63%로 소폭 낮아졌다. 반면 서울 주택종합 월세가격지수는 0.22%에서 0.25%로 올랐고,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도 0.32%로 전월(0.30%)보다 0.02% 포인트 올랐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